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대개 집밥으로 향한다. 그런데 내 그리움은 그 반대로 집밖을 향하곤 한다. 사는 곳이 집이라서 그럴 수도 있다. 내게는 집나가 살던 시절에 자주 해먹던 음식이 있다. 음식이라고 하기도 민망하긴 하다. 감자 두 알이었기 때문이다. 음식하는 일의 번거로움이 싫었던 나는 감자 두 알을 껍질채 물에 씻고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는 것을 아주 좋아했다. 6~7분 가량 돌리고, 감자를 뒤집은 뒤 다시 6~7분 가량 돌리면 끝이었다. 익은 감자는 껍질이 삶은 달걀의 껍질처럼 벗겨지곤 했었다. 살살 벗기면서 속을 파내서 먹으면 한끼 식사가 되었다. 물론 감자만 먹지는 않았다. 김치나 냉장고에 있던 여느 반찬이 함께 해주었다. 집으로 다시 들어온 뒤로는 그녀가 감자 껍질을 깨끗이 벗겨션 인덕션에 삶아준다. 그녀가 해주는 감자를 먹다가 문득 바깥 생활 때 혼자 해먹던 전자렌지의 감자가 그리워 다이소에서 거금 5천원을 주고 감자를 돌려먹을 수 있는 용기를 하나 사오고 감자 두 알을 익혀 냈다. 다들 집밥을 그리워하는 것 같은데 나는 집나가 보내던 시절의 음식들이 하나 둘 그리워지고 있다. 거의 음식물 쓰레기 제로로 살던 시절이다. 감자를 다먹고 난 뒤에는 껍질을 베란다에서 잘 말려 일반 쓰레기로 버렸었다. 감자에선 음식물 쓰레기가 하나도 나오질 않았다. 매일 쓰레기를 들고 나가 재활용 쓰레기 분리장에서 나누어 버리면서 마치 지구 살리는 일에 나름 애쓰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던 시절이었다. 전자렌지에 돌려먹던 감자는 어찌보면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인지도 모르겠다. 먹는 것이 빈약해도 자유가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