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지내는 시인은 많지만 알고 지내는 소설가는 그리 많지 않다. 문학쪽의 내 취향이 시쪽으로 현저하게 기울어져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도 소설가와의 인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내가 알고 지내는 소설가 중에 안성호가 있다. 10년전 오늘, 그의 동네에 가서 그를 만났었다. 내가 사는 동네서 한번에 그의 동네로 가는 버스가 있다. 버스는 띄엄띄엄 오지만 벌어진 그 간격을 기다림으로 채운 끝에, 간혹 시간을 잘 맞춰 기다림도 없이 온 버스를 냉큼 올라타면서, 그의 동네로 놀러가 그와 수다를 떨다 오곤 했었다. 대개 나는 술을 마시고 그는 안주발을 세웠다. 그의 소설책은 모두 갖고 있다. 안성호의 얼굴을 본 것도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그의 새로운 소설을 마주한 것도 오래된 것 같다. 얼굴도 보고 새로 나온 소설집도 읽고 싶다. 은근슬쩍 이제 그만 또 소설집을 낼 때가 되지 않았냐고 가해보는 압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