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와 죽음

Photo by Kim Dong Won
2004년 8월 9일 전북 군산 바다에서

운무가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지우는 날이 있다. 이런 날엔 살아있다는 것이 경계가 선명하여 경계 너머로 넘어갈 수가 없는 때이고 죽는다는 건 그 경계가 지워져 자유롭게 두 세상을 넘나들 수 있는 날이란 생각이 든다. 결국 죽음이란 운무 같은 것이다. 있는 경계를 지워 우리의 생각이 경계 너머를 꿈꾸게 해준다. 그러면 세상을 보는 시각이 바뀐다. 죽음을 가까이에 둔 사람들이 죽음을 멀리 둔 사람들과 달리 생각의 경계를 지우면서 다른 세상을 여는 경우를 가끔 본다. 세상을 지우는 것 같은데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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