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의 가을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9월 24일 서울 천호동에서

여름이 끝나면 꽃무릇이 핀다. 여름 더위가 꺾이고 살갗에 닿는 바람의 냉기에서 가을의 느낌이 완연해 졌을 때 올해도 화단에서 어김없이 꽃무릇이 피었다. 여름을 지내며 천은 거의 다 날아가고 우산살만 남은, 그것도 바람에 뒤집힌 우산살로 남은 우산을 들고 꽃무릇이 핀다. 올해는 유난히 힘겨운 여름이었다. 꽃무릇은 그 여름을 넘기면서 뒤집힌 우산살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도 그렇게 넘기고 끝내는 맞이한 우리의 가을이 아름답지 않냐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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