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의 햇볕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11월 8일 우리 집에서

햇볕이 좋다. 햇볕이 늦가을의 거실을 깊숙이 파고 든다. 몸을 맡기면 온기가 투명한 체온처럼 우리를 감싼다. 여름이라면 느낌이 달랐을 것이다. 좋다는 느낌은 늦가을에나 가능하다. 여름 햇볕은 강하다. 창을 열어 바람을 불러들이고 그 뜨거움을 달래야 곁에 둘 수 있다. 아니, 그래도 곁에 둘 수 없어 결국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 여름이었다. 계절은 햇볕을 누그러 뜨린다. 불같은 성질 다 죽인 노년처럼 가을 햇볕이 거실에 깊숙하다. 햇볕이 매해 한 해를 살고 죽는다. 곧 죽음이 온다. 태어나 막 온기를 갖추던 봄날의 체온으로 햇볕이 한 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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