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가지끝은 가을에 물들어 있었지만 안쪽으로 갈수록 초록의 여름빛이 그대로였다. 우리는 모두 여름이 떠난다고 했지만 잘못된 말이었다. 여름은 떠나지 않는다. 나무의 곁을 오래도록 지키며 가장 가까운 곳에 남는다. 가을이 온다는 것은 여름이 간다는 것이 아니다. 가을은 여름이 그 색으로 나무의 곁에만 남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가을엔 여름이 나무를 껴안고 그 여름을 다시 가을이 껴안는다. 포옹해야 넘길 수 있는 계절이 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중의 포옹으로 새긴 체온의 기억으로 나무가 겨울을 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