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귀가길의 복도에서 가끔 빛의 문을 만날 때가 있었다. 실제로는 문이 아니다. 그런데도 빛은 그곳만 환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문이 되곤 했다. 그렇게 보면 세상의 문은 어디나 닫혀 있었다. 그러다 빛이 환하게 어느 곳을 구획하면 그곳이 문이 된다. 아파트의 복도에서도 그렇게 빛의 문이 열리곤 했다. 문을 지나기도 전에 나의 거처가 있어 한번도 그 문 저편의 세상으로 들어가 보지 못했다. 가끔 또각또각 선명하게 찍는 구두 소리로 자신이 여자임을 일러주며 복도를 지나가는 여자가 그 문을 지나야 갈 수 있는 집에 살았다. 몇 번 스쳐 지나가며 여자가 내는 구두 소리만으로 여자임을 점쳤던 내 짐작이 맞다는 것을 확인해 두었던 여자였다. 그 빛의 문과 엮어 빛이 그 문을 열어주었을 때만 내가 사는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여자라고 상상하곤 했다. 여자가 지나칠 때 느닷없이 궁금한게 있다고 수작을 부리고, 여자가 그 수작에 응하면, 가끔 우리 복도에 빛의 문이 열릴 때 당신이 때를 맞춰 그 문을 나와 복도를 지나가던데 그 문은 언제 열리는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미친 작자로 오해 받을 위험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도 입을 떼진 못했다. 때로 어떤 사람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지만 상상 속에서 그 존재를 내게 새긴다. 한때 내가 머물던 거처에서 빛의 문 저 편에 살던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