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을 털어내고 드러낸 빈 가지는 마치 대지를 거꾸로 뚫고 하늘로 뻗은 뿌리 같았다. 나무의 겨울은 잎이 없는 계절이 아니다. 겨울은 하늘로 뻗은 가지가 또 다른 뿌리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가지와 뿌리는 서로의 역할을 바꾸고 이제 뿌리가 된 가지는 허공을 양분처럼 날라다 평생을 땅밑에서 고생하는 뿌리에게 하늘을 호흡하게 한다. 나무는 겨우내 휴식하며 가지가 날라다 준 하늘을 자양분으로 힘을 비축해 날이 풀리는 봄부터 다시 땅속의 물과 양분을 실어날라 나무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