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의 3단계라는 것이 있다. 1단계는 산타가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2단계는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이다. 3단계는 최종 단계로 산타가 된다이다. 그렇게 우리는 산타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의 상실을 지나 산타가 된다. 그런데 나는 아빠가 된 뒤 산타가 된 것이 아니라 산타로부터 선물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산타는 바로 우리 집에서 가장 어린 딸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은 그 어린 나이에 산타가 되어 아빠 이름을 떡하니 적은 선물을 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었다. 나는 그때 너무 좋아서 죽는 줄 알았었다.
선물은 따뜻한 털장갑과 상품권이었다. 상품권은 아주 독특한 것이었는데 딸에게 영어 공부하라고 말해야할 때 잔소리하지 않고 쓸 수 있는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것이었다. 물론 그 상품권을 쓰진 않았다. 다큰 어른이 초등학교 5학년 산타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던 그날, 우리는 우리 집에서 가장 어린 산타를 데리고 능동의 어린이대공원 가서 놀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