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세월

Photo by Kim Dong Won

그녀에게서 세월의 흐름을 본다.
1989년 5월의 아흐레나 열흘째 쯤 될 것이다.
그날 그녀는 나와 함께 계룡산을 오르고 있었다.
세월을 거슬러 올라 그때 찍어놓은 사진 속의 그녀에게 시선을 주면
그녀의 어디에서도 세월의 흔적은 없다.
2004년 8월 25일, 그녀는, 여전히 나와 함께, 양수리 근처의 수종사에 있었다.
마루에 몸을 걸치고 지친 다리를 잠시 쉬었다.
다리는 굵고 허리도 풍만하다.
완연한 세월의 느낌이다.
왜 그녀에게서 세월의 느낌을 볼 때마다
나는 그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일까.
나는 잠시 그 미안함의 연유를 좇아 생각에 잠긴다.
혹 그녀는 그녀 자신을 그녀의 세월로 산 것이 아니라
나를 그녀의 세월로 산 것이 아니었을까.
혹 그녀는 또 그녀 자신을 그녀의 세월로 사는 것이 아니라
딸아이를 그녀의 세월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나 혹은 딸아이를 살아가는
그녀의 세월 속에서
나는 그저 가끔 미안하다는 생각을 가질 뿐 어쩌지도 못하고 있다.
때로 그녀의 세월이 서글프고 미안하다.

Photo by Kim Dong Won

2 thoughts on “그녀의 세월

  1. 그래도 난 너의 젊은 날 사진을 뒤지고 있으니 왜 그렇게 너의 옛날이 싱그럽게 느껴지냐. 처음 대천에 가서 밤에 자전거 타던 생각난다.

  2. 그럼 내 안에 너 있는거네…
    내 안에 울 문지 있구…ㅋㅋ

    저 윗 사진보다 밑의 사진이 더 낫다.
    어딘가에 기대서 쉴 수 있어서 그런가…
    아님 풍만한 몸체여서 그런가…
    아님… 카메라가 좋아서 그런가…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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