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의 꽃들

사는 곳 가까이 천호 중학교가 있고,
또 우성아파트가 있다.
아울러 이름은 모르지만
그냥 걸음만으로 돌아볼 수 있는 거리에
많은 이웃들이 산다.
그들이 꽃을 가꾸면 산다.

산수유 나무가
가지 끝에 노란꽃을 부채살처럼 펴들고 흔들어 보였다.

개나리도 때로 그 너머가 궁금하다

꽃들이 한 자리에서 두 얼굴을 내밀고 있으면
친구인지 연인 사이인지 조금 궁금했다.
아마도 누군가는 주저없이 부부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뒤쪽으로 애들이 딸려있지 않느냐고 하면서.
(산당화, 능금나무과. 명자꽃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동백의 마음을 엿보고 싶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동백이 마음을 모두 열면 그 한가운데서
노란 꽃가루가 날리는 수술을 볼 수 있다.

회색빛 콘크리트 세상이라고 숨막혀 할 것도 아닌 것 같다.
콘크리트보다는 제비꽃의 생명이 더 질긴 것 같다.
여기 저기 작은 틈이라도 있을라치면
그곳에 제비꽃이 있었다.

목련이 아파트 두 동의 사이로 하늘을 엿보고 있었다.
곧 하늘을 숨쉬며 꽃을 피울 것이다.
도시에도 숨 쉴 틈은 있다.

쏟아지는 것 같나요.
사실은 하늘로 뻗어올라간 거랍니다.

의외로 동네 곳곳에 목련이 많았다.
햇볕이 화창하자 꽃들이 일제히 가슴을 열고 따뜻함을 호흡했다.

목련은 눈만큼이나 희고 눈부시다.
게다가 향기까지 갖고 있다.
향기도 희디 흰 느낌이다.

목련꽃이 모두 한 곳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무엇인가 그쪽에서 재미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흠흠흠,
천호동의 산수유는 가지를 뻗어
그 끝을 코끝으로 삼은 뒤
바람에 묻어오는 지리산의 산수유 냄새를 호흡하며
고향의 추억을 더듬고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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