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에 갔을 때 보았더니
물이 들어왔다 나간 자리에
물결의 흔들림을 따라 골이 나 있었다.
작은 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았다.
뻘에선 물이 들어와 몸을 흔들 때마다
물의 몸에서 길들이 풀려나오며 그 골이 났을 것이다.
봄에 논에 갔을 때 보았더니
쟁기가 지나간 자리를 따라 골이 났다.
골이 나자 물들이 골을 따라 길을 갔다.
뻘에선 물 속에서 길이 풀려나오고
논에선 쟁기가 길을 풀어내면 물이 그 길을 간다.
사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내 안에서 만들어내는 길이 있고,
세상이 닦아 놓은 길을 가야할 때도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