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의 사랑 이야기

Photo by Kim Dong Won
경기도 퇴촌 귀여리의 한강변에서


당신은 해지는 강가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하셨나요.
어제는 참 해가 고왔죠.
얼굴에 온통 홍조가 퍼진 붉은 해는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산위에서 일몰의 저녁 시간을 머물며
당신의 시선을 잡아두었죠.
하지만 나에게 그건 아쉬움이자 또 서글픔이었어요.
혹시 알고 계신가요.
하루해를 달려 온 그 저녁해가 나의 마음이었다는 것을.
해는 사실 매일매일 밤새 잠을 뒤척이다
당신이 혼곤히 잠든 이른 새벽에 몸을 일으켜
당신의 곁으로 걸음을 떼죠.
해는 그렇게 당신이 잠든 새벽부터 당신의 곁으로 와서
하루내내 당신 곁에 머물죠.
새벽은 그러고 보면 하루가 시작되는 이른 시간이라기보다
해가 당신의 곁으로 갈 때의 설레임 같은 거예요.
그 설레임이 세상에 배어들면
세상은 푸르스름한 여명으로 채색이 되곤 하죠.
그러니 그게 바로 설레임의 색깔인 셈이예요.
그러나 당신은 해가 당신 곁으로 올 때의 그 새벽 설레임을 잘 모르실 거예요.
언제나 당신은 그 시간엔 곤히 잠들어 있으니까요.
그러다 당신이 눈을 뜨면 그때부터 해는 하루 종일 당신과 함께 이죠.
당신 곁에 함께 하는 해의 하루는 행복하지만
또 한편으로 슬프기도 해요.
해의 하루는 너무 밝아서
당신은 새벽부터 당신 곁으로 온 해와 함께 하기보다
해가 밝힌 다른 것들과 노는데 정신이 없거든요.
그리고 그러다 날이 저물죠.
당신과 해가 작별할 시간이예요.
헤어짐은 슬픈 거지만 해는 그래도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예요.
강가에 앉은 당신이
그때 비로소 해에게 눈길을 주니까요.
그때 해는 붉죠.
당신이 나를 바라볼 때,
내 마음의 채색도 아마 그와 똑같을 거예요.
하지만 그 순간은 아쉽고, 그래서 서글프기도 해요.
이별은 원래 그런 거니까요.
당신이 드디어 내게 눈길을 주었는데
이제 하루를 닫아 당신의 편안한 잠을 보살펴야 하는게 해의 하루 마무리예요.
매일매일이 이별이지요.
하지만 이건 알아두세요.
당신이 잠든 새벽에 그 곁에 내 사랑이 있었고,
당신이 하루 종일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그때 나는 당신의 머리 위에서 당신의 한낮과 함께 였어요.
당신의 시선에서 비켜나 있었던 이른 새벽부터 한낮까지,
그리고 드디어 당신의 시선 속으로 날아든 그 저녁의 짧은 순간까지
나의 하루는 내내 당신과 함께 였어요.

Photo by Kim Dong Won
경기도 퇴촌 귀여리의 한강변에서

2 thoughts on “지는 해의 사랑 이야기

  1. 양평을 달려갔다 오는 길
    배낭에는 500ml 물병 두 개와 만원짜리 한 장,
    그리고 주민증..

    팔당대교 위에서 미사리 방향을 바라보며
    멀리 무심코 한강을 바라보니
    붉고 둥그런 해가 강물 위에 걸터 앉아있었습니다.

    하필 그때 mp-3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신기하게도
    전인권의 “♪ 긴~하루 지나고 언덕 저 편에 빨간 석양이 물들어가면..♬”이었죠.

    랜덤 곡 이었는데
    그 장면과 클로즈 되며 흘러나오는 음악이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아버님을 생각하니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콱 쏟아졌드랬습니다.

    좋은 사진 잘 봤습니다.

    1.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어디선가 달리고 계신 거군요.
      언젠가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밤풍경을 찍겠다고 팔당대교 위로 올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태풍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진 전날밤이라 바람이 몹시 불어 약간의 두려움 마저 느끼며 몇장의 사진을 찍고 황급히 내려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팔당대교는 가끔 서울을 빠져나갔다가 돌아올 때 지는 해가 아름답게 다리 위에 걸려있곤 했던 다리입니다.
      아버님의 건강이 빨리 좋아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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