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은 시냇물이다.
시냇물은 강과 달리 항상 그 느낌이 아담하다.
내 고향 영월에서 동강이나 서강으로 흘러드는 지류들로 눈을 돌리면
바로 청계천과 느낌이 비슷한 아담한 시냇물을 여럿 만날 수 있다.
강은 종종 위협적인 느낌을 주곤 하는데
시냇물은 그 아담함 때문인지
그 곁에 앉거나 그 물에 발을 담그고 걸어다닐 때
전혀 위협감이 없다.
물은 너무 깊어지면 시퍼렇게 낯빛을 바꾸며 무서워지는 법인데
시냇물은 그렇게 깊은 경우가 드물다.
시냇물은 계곡과도 또 다르다.
계곡의 물은 걸음이 급하다.
그 급한 걸음 때문에 계곡은 물소리로 시끌벅적하다.
그에 비하면 시냇물은 걸음이 완만한 편이며 대체로 조용하다.
발을 물에 담가보면 시냇물에선 물이 발끝을 노닥거리며 지나는 느낌이다.
하지만 도심의 한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청계천에 갈 때마다
그 아담한 시냇물이 그곳에 갇혀 있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생각해보면 서울은 규모의 도시이다.
크고 높은 것들의 세상인 셈이다.
건물들은 더 높아지려 하며 덩치를 키우려 안간힘이다.
그렇게 높고 큰 빌딩 사이에 놓여있으니
갇혀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 아닐까.
그런데 사실 덩치나 높이로 보면 산이 더 높고 크다.
하지만 산의 아래쪽으로 자리를 하면
시냇물은 전혀 갇혀있다는 느낌이 없다.
오히려 산의 품에 안겨있는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청계천을 거닐며
그 시냇물이 도심의 한가운데 갇혀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은
빌딩이 높고 크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산에 가면 우리는 욕망을 버린다.
반면 도심의 빌딩들은 우리들 욕망의 결정체이다.
우리들이 욕망을 버렸을 때
산은 시냇물을 가두지 않고 풀어놓지만
그 욕망을 버리지 못하는 곳에선
시냇물이 그 곳에 갇히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