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좀 지저분해 보이는데
그래도 한강에 나가보면 그곳에서 노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내 말은 한강 둔치에서 바람을 쐬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한강물 속에서 노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그 물에서 수영하는 사람은 못본 것 같다.
수영은 그냥 한창 더울 때,
한강변에 마련된 노천 수영장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을 본 것이 전부이다.
하지만 한강에 나가보면 이와 달리 직접 한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그 속에서 노는 사람들이 아주 많다.
가장 흔하게 눈에 띄는 것이 윈드서핑이다.
윈드서핑을 하면 물과 바람, 그 둘과 동시에 놀 수 있다.
물은 불안하게 보드를 흔들지만
그 불안감 속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사람들의 즐거움이다.
그것만으로는 아무 재미가 없을 텐데
윈드서핑에선 바람이 등을 밀어 강을 떠돌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윈드서핑을 하려면 물과 함께 바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며칠 전 한강에 나갔다가
바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똑같지만
바람과의 관계가 전혀 다른 수상스포츠를 구경하게 되었다.
패러서핑 또는 카이트서핑이라 불린다고 한다.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을 묶어놓은 형태이다.
사실 패러글라이딩도 내 눈에는 그냥 바람이 낙하산을 띄워주고,
사람은 그 낙하산에 매달린채 바람에 실려가는 것으로 보였다.
바람이 등을 밀어주길 기다리는 윈드서핑과 마찬가지로
그것도 내 눈에는 상당히 수동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패러서핑은 그와 달리
바람과 밀고 당기고 있다는 느낌이 아주 강했다.
바람이 등을 밀어주는 윈드서핑도 재미있을 것 같았지만
내 눈엔 바람과 밀고 당기는 패러서핑이 훨씬 더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인지 한강을 이리저리 오가면서 패러서핑을 즐기고 있는 사람 하나가
한동안 내 시선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바람을 쥐락펴락하며 놀고 있었다.
2 thoughts on “바람과 밀고 당기다 – 패러서핑”
나에게 있어서 바람은 운전할 때 차창 밖으로 내밀어서 만져지는 바람이야.
손가락 사이 사이로 바람의 길이 지나갈 때
바람을 손아귀로 움켜줘보기도 하고
바람이 지나가게 내버려두기도 하지.
손가락 사이로 길을 만들며 지나가는 그 바람은 부드럽고 간지러워.
근데 물 위에서 느껴지는 저 상큼한 바람은 어떤 느낌일까…
문득 윈드서핑도 패러서핑도 모두 바람이 이끄는 길로 가는걸까 궁금해지네…
캬, 좋다.
다음에 그대가 차갖고 나갔을 때 차창 바깥으로 손내밀고 있는 사진을 하나 찍어서 위의 글을 그대로 가져다 써먹어야 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