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만났다네.
서로가 그리워
푸른 손짓으로 온여름을 보내면서도
우리는 놓지 못했다네,
가지끝을 잡은 우리의 또다른 손을.
목숨을 부여잡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그리움보다도 더 질긴 것.
우리는 그렇게 그리움보다 더 질긴 목숨을 부여잡고
온여름을 살았다네.
어느 가을날
우리의 손에서 스르르 힘이 풀릴 때,
우리는 미련없이 가지끝에서 손을 놓고
황홀하고 아득하게 추락하며 정신을 놓아버렸지.
우리는 알고 있었다네.
손을 놓으면 추락하지만 그 추락의 끝에서
서로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어 눈떠보니 꿈처럼 그대가 곁에 있었다네.
손짓으로 온여름을 넘기고
손을 놓은 가을에
우리는 만났다네.
물의 부력과 등을 밀어준 바람 속에
볼을 부비고 만난 우리의 가을이 있었다네.
4 thoughts on “잎의 만남”
움켜쥔 손을 놓아야 더 많은 것을 잡을 수 있다고 했는데
겨울에는 손에 힘이 더 들어가 있습니다.
나뭇잎보다 못한 육신입니다.ㅜㅜ
아무래도 힘떨어지고 기력떨어지면 살부비고 함께 하는 사랑보다 더 좋은게 없다는 걸 나뭇잎은 잘 아는가 봅니다.
사진과 시를 보니, 박희진 시인께서 아주 오래 전에 이렇게 사진과 시를 함께 전시하면서 시미전(詩美展)이라고 부르셨던던 기억이 납니다… ^&^
시라고 할 수는 없구요, 그냥 사진과 글 정도이죠, 뭐.
시를 좋아했는데 그 능력은 안되다 보니 사진과 글로 푼다고나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