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첫번째 방법.
먼저 먹고 싶은 감을 골라 그 위에 올라 앉는다.
인간들은 좀 따라하기 힘들거다.
몸을 최대한 아래로 구부려 부리로 감을 콕 찍어낸다.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들어올린다.
균형을 잘 잡고 집어 삼킬 준비를 한다.
꿀꺽 삼키고 잠시 맛을 음미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먹을 것을 발아래 두기 때문에
먹을 것에 목매고 사는 듯한 자괴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이 그렇지 않은가.
마치 먹기 위해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
그때부터 아무리 맛난 것을 먹고 있어도 살 맛이 없어진다.
이 방법의 단점은 위아래로 굴신하는 동작이 커서
아주 체력 소비가 크다는 것이며.
그렇게 크게 굴신을 하다 보면
마치 먹을 것에 굽실거리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어
오히려 먹을 것에 목을 매고 있는 듯한 자괴감이 밀려온다는 것이다.
물론 집어 올려 삼키는 순간
먹을 것이 발아래 있기 때문에
잠시간의 굴신에서 오는 자괴감은 곧바로 희석이 되곤 한다.
일단 맛을 본 뒤 맛이 없으면 그 감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누군가는 말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우리 새들도 마찬가지다.
세상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공원은 넓고, 감나무는 많다.
뭐, 어떤 새들의 경우엔 마을은 넓고, 감나무는 많을 수도 있다.
하여튼 어느 경우이든
가뿐하게 날개를 펴고 날아서 다른 감을 물색하기만 하면 된다.
자, 가자, 다른 감을 찾아서.
사실 감을 고르는 것이 쉽지는 않다.
수박도 속을 따보기 전에야 제대로 익었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이것저것 찔러보는 것은 먹는 것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이럴 때 아주 유용한 방법이
바로 남이 먹다 남긴 감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사람들이라면 이해못할 것이다.
먹다 남긴 것을 더럽다고 하는 인간들이니까.
하지만 우리 새들에겐 누군가 어느 정도 파먹었다는 것은
바로 맛있는 감이라는 유력한 증거.
우리에게 그런 감은 거의 예외없이 맛있는 감이다.
저기 누가 절반이나 파먹은 아주 맛있는 감이 있다.
대상을 물색했으면 파먹기 좋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먹을 감의 바로 위로 자리를 잡는 첫번째 방법은
자괴감은 없지만 체력 소비가 크다.
이번에는 눈높이 식사법이다.
바로 먹을 것과 거의 같은 높이로 눈을 맞추고 식사를 하는 방법이다.
이건 체력 소비가 그다지 크지 않다.
자리를 잡았으면 목을 길게 뻗어 감을 콕 찍는다.
찍어낸 감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조심하면
원래의 자세로 돌아온다.
입을 크게 벌려 꼴깍 삼킨다.
그런데 삼키려고 하다 보면
그만 감이 목에 덜컥 걸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누군가 쳐다보고 있다는 얘기이다.
꼭 뭐 먹을 때 빤히 쳐다보는 구차한 인간이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 그냥 에라 모르겠다하고 그냥 꿀꺽 삼켜 버리도록 한다.
어차피 인간들은 좀 나눠주려고 해도
남이 먹던 것은 줘도 고맙게 줏어먹는 법이 없다.
그러니 그냥 쳐다보는 것 무시하고 남김없이 삼켜버리도록 한다.
먹고 난 뒤에는 다시 입을 크게 벌려
꺼억하고 트림 한 번 해주신다.
두번째는 약간 목을 비틀어 콕 찍어주신다.
뭐든 단조로우면 짜증나는 법이므로 동작에서 조금씩 변화를 주어야 한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이 감을 계속 먹을 것인가 고민한다.
어디 더 맛있어 보이는 감이 없나 또 살펴본다.
이상하게 꼭 한입 먹고 나면 다른 감이 더 맛있어 보이곤 한다.
인간들은 그런 경우에 남의 손에 든 떡이 더 커보인다고 한다고 들었다.
우리 새들 눈에도 그렇다.
꼭 이상하게 다른 가지의 감이 더 맛있어 보이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 새들에게도 귀차니즘이란게 있다.
자리를 옮기자니 귀찮고, 또 경험상 감맛이란게 사실 거기서 거기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흔들리던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래, 인간들 얘기 중에도 쓸모 있는 것들이 많다.
그들이 말하지 않던가.
그냥 한우물을 파라고.
그 말은 맞는 얘기다.
우리 새들도 나중에 보면
그냥 한 감을 파먹는게 가장 낫다.
자, 그러니 이제 열심히 한 감을 파자.
16 thoughts on “새에게서 엿본 감을 먹는 두 가지 방법”
새라는 놈은 연출을 할 수 없고 렌즈만 들이대면 날아가는데
특별시 새라서 그런지 다양한 표정으로 감을 먹고 있네요.
분명 잡새는 아닌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긴 잡새는 버스에 많이 있더라고요.
보기 힘든 장면을 잘 잡으셨네요.
그동안 사람들이 새하고 쌓아놓은 친분에 슬쩍 동승했지요.
재밌게 읽었네여, 감이 정말 땡기는군여
공원에 도토리랑 감은 다람쥐와 새들 몫이니 따가지 말라고 되어 있어서 그런지 겨우내내 감이 나무에 달려있는 거 같아요. 사실 높아서 따기도 어려워요. 새들 몫이 될 수밖에 없는 듯. 음, 맛은 정말 맛있어요.
아니 사진을 동영상처럼 그렇게 찍으셨데요?
재미납니다. 육안으론 저렇게 자세히 볼 수 없는거쟎아요.
새가 한 입 먹고 꺼억하는 모습이 꽤 거만해 보입니다.
까치가 아니라 더 귀해보이고 감도 맛있는 대봉감이군요.
그동네 새들 복 터졌네요^^
이 날 청솔모도 한자리 끼었는데
그건 저는 못찍고 forest님이 찍었어요.
저는 그때는 다른 나무에서 청솔모를 따라다니고 있었지 뭐예요.
그때 좋은 사진 꽤 찍었는데 까치 한마리만 선물하고 다른 건 안올리네요.
카메라 자랑하려고 그냥 고속연사로 다다다닥 찍었죠.
뿌듯하긴 하더만요. 렌즈 욕심이 슬슬 나기도 하고. ㅋㅋ
사진에선 새가 감을 갖고 노는데,
화면에선 동원님이 이리저리 새를 갖고 노는 것 같습니다.^^
사진인데도 꼭 동영상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네요.
언제, 이런 주제를 다루는 강의를 하게 되면
도입부로 소개하고 싶어지네요.
그냥 사진만 찍으면 재미가 없는데 요러고 다니면 더 재미난 거 같아요. 혼자 실실 웃으며 사진을 찍어서 그게 좀 탈이긴 하지만요. ㅋㅋ
사진으로 풀어내시는 구라가 삼삼합니다…. ^&^
같이사는 그녀가 저보고 찍어붙이기의 명수라고 합니다. ㅋㅋ
저희집 마당에도 감나무가 있는데 까치가 욕심부리고 혼자 다 먹는다고
저희 엄마는 싫어하세요. 다른 새들도 먹어야된다고.
딱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동원님 사진보고 맛있는 홍시가 갑자기 땡긴다는..
조거요, 직접 따서 곧바로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우리집에도 감나무 있거든요.
꽤많이 열렸는데 지나는 사람들이 하나둘 다 따가고
나중에는 한 10개 정도 우리 차지가 되었는데
정말 꿀이 따로 없더라구요.
구라샘도 전실장님도 14일날 강남구에서 남자들끼리만 보는것 모두 괜찮다고 하시어
어제 말씀드린 제1안으로 일 정리했습니다. 11일 오시면 털보님 부부랑 저랑
구라샘이랑 만나 멋진 파튀 혹은 파뤼를 한 뒤 14일에는 강남에서(나중에 장소
알려드릴게요) 남자분들이랑, 김영사 편집장이랑…
그럼 11일날 뵈요. 별다른 곳 없으면 명일동에 우리횟집에 가서 감성돔 먹어요.
값도 싸고 부담도 없고 무엇보다 회도 좋고….
알겠습니다.
언제 새들의 언어까지… 흐미… 맛있겠다…겨울이 오기 전에 올림픽 공원에서 꼭 하기로 한 일이 있었는데, 결국 겨울이 됐다는ㅠㅠ
매생이 먹은 날 요 사진 찍었지요.
올팍이, 그 주변하고 해서 사진찍을 거리는 많은 것 같아요.
올팍에서 겨울오기 전에 하기로 한 일이 뭔지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