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섬에 가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섬은 저만치에 있었다.
걸음을 떼면 서너 걸음만에 도착할만큼 가깝게 느껴졌지만
그러나 그 거리는 언제나 그만큼일뿐 좁혀지질 않았다.
그러다 멀리서 빗줄기라도 몰려오는 날이면
지척에 있는 듯 선명하던 섬은
마치 금방이라도 지워질 듯 흐릿해지곤 했다.
그래서 비오는 날,
배는 조바심으로 더욱 몸을 뒤척여야 했다.
그러나 빗줄기가 온바다를 긋고 지나간 뒤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그때면 섬은 뭍으로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온 듯한 느낌이었다.
배는 다시 보는 그 선명한 섬이 못내 반가웠다.
섬까지는 거리는 변함이 없지만
빗줄기가 잠시 흐릿하게 지울 때의 그 조바심이
다시금 하늘이 개고 난 뒤,
섬을 뭍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비가 오고 있을 때의 조바심과
비가 개고 난 뒤 섬을 선명하게 다시 보게 되었을 때의 반가움은
다른 듯 하면서도 이어져 있는 하나이다.
조바심과 반가움의 사이에서
섬은 때로 배로부터 멀어지고,
또 때로는 더욱 배 가까이 다가오며
그렇게 오거니 가거니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