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송도 해변을 거닐다
촛불을 만났다.
촛불은 방파제를 바람막이 삼아
자식의 합격을 기원하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이었다.
양초가 그 마음을 싣고 조용히 기도를 올리고 있었고,
종이컵이 그 기도를 감싸주고 있었다.
종이컵엔 사업 성취와 건강을 기원하는 문구도 있었지만
때가 때인 때문인지 내게는 합격 기원의 기도로 보였다.
우리가 흔히 보았던 촛불과 달리
밑을 연 종이컵이 종이컵의 위를 덮어
바람이 촛불을 탐내지 못하도록 손을 모으고 있었다.
바로 곁에선 두터운 콘크리트 벽이 바닷 바람을 막아주고
밑을 따내고 거꾸로 뒤집어서 포갠 종이컵의 좁은 입구가
지나던 바람이 촛불을 낼름 삼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지만
그래도 촛불은 끊임없이 종이컵을 파고든 바람에 흔들렸다.
아이의 합격을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이
방파제 안쪽으로 몸을 웅크린채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리라.
마음은 합격을 기원하며 촛불에 모았지만
그 마음의 저변을 들추면 묻어나는 것은 불안이다.
굳건하게 막아놓은 울타리 속에서도
늘 불안한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가끔 숨을 막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곁을 스치기도 했지만
촛불은 끝내 꺼지지 않고
바닷가의 그 산책로에서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2 thoughts on “촛불과 합격 기원”
/그 마음의 저변을 들추면 묻어나는 것은 불안이다/
예…김동원님 딱…그런 마음이 드네요
불안하면서도 부모는 …끊임없이 기도 하지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건강하시길 바래요~
잠시 일본에 와 있어요.
남쪽이라 그런지 그렇게 추운 건 모르겠어요.
바람 속에 흔들리는 촛불은 부모들 마음을 많이 닮은 듯 싶어요.
자식들이 잘되면 그 추운 밤에 오들오들 떨면서 올렸던 기도의 마음에 훈훈한 온기가 돌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