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밤송이의 외침이다.
밤송이는
한해 동안 외침을 제 안에 품었다가
볕좋은 가을 어느 날
세상을 향해 짙은 밤색의 목소리로 있는 힘껏 외친다.
바로 그 순간 밤이 세상으로 튀어나간다.
그러니 밤을 먹는다는 것은
사실은 밤송이의 외침을 먹는 것이다.
외침을 우리에게 내준 밤송이는
그때부터 속이 텅빈다.
빈 밤송이는 외침이 튀어나간 자리이다.
그렇다고 모든 밤송이가
세상을 향해 외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밤송이는 끝끝내
세상을 향해 한마디도 외치질 못하고
입도 뻥긋하지 못한채 세상을 마치기도 한다.
때로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우리들은
강제로 밤송이의 입을 열어
그 외침을 빼내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