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구름

Photo by Kim Dong Won
2011년 4월 11일 경기도 팔당의 예봉산에서

지난 가을
숲의 나뭇가지에선
잎들이 비처럼 날렸다.
항상 대지를 적시던 비와 달리
발밑에 쌓여 바삭바삭 부서지는 건조한 비였다.
건조한 나뭇잎 비가 휩쓸고 지나간 뒤
숲은 겨우내내 투명으로 한 계절을 넘겼다.
숲은 잎을 털어낸 나뭇가지로 어지러웠지만
사실은 비가 휩쓸고 간 뒤의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이었다.
이제 곧 초록 물방울이
잎의 이름으로 잡혀
숲을 가득 채우고
그렇게 한여름을 넘길 것이다.
초록이 오기 전,
먼저 온 분홍색 구름 하나,
여전히 투명한 숲속의 나무 사이에
마치 무슨 예감처럼 걸려 있었다.

9 thoughts on “진달래 구름

  1. 어제 올만에 산에 갔는데 저두 딱 저런 풍경,
    투명한 분홍빛 진달래꽃무리가 나무가지들 사이에 둥둥 떠있는 풍경에 눈이 가더라고요. 그게 구름이었군요^^

  2. 청산돕니다. 오랜 만이죠? 기옥님도 안녕하시죠? 8일부터30일까지 청산도 슬로우축제로 청산도가 몸살 할 정도로 들썩이네요. 두 분 생각은 항상해요.왜냐하면 명함을 볼때마다 저절로 하게 되죠. 손님들께 명함 주면서 이 명함의 탄생기를 얘기 하게되고요^^
    고사리 꺽으러 가야 하는데 짬이 안 나네요 ㅠㅠ 오늘 낮에도 이장님과 고사리 얘기 했어요 ㅎㅎ 요즘 노트북 뚜껑 열어볼 시간도 없이 바쁘네요. 잘 계세요. 또 올께요^&^

    1. 잘 지내고 있어요.
      돌담민박 블로그에서 청산도 축제 소식은 봤어요.
      아마도 5, 6월쯤 청산도로 다시 놀러갈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저희도 고사리 얘기했는데.. 신기하게 그 얘기가 나왔네요.
      항상 건강하시구요.. 청산도에서 또 뵈요.

  3. 마치 무슨 예감! 진달래꽃..진짜 그런거였군요
    저도 어제 잠깐 산에 갔었는데 정말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이쁘고 …예감같기도 한거였군요
    느낌이 한결 풍성하게 느껴져요 정말 표현이 멋지십니다^^
    풍경님의 댓글에 저도 한 표요
    김동원님 두어번 뵈었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었어요^^
    사람들 보는 마음, 눈이 비슷하네요^^
    그리고 …그 옆에 환한 웃음을 함박 웃어 내어 보이시던 forest님도
    참 또…그렇게 첫인상이 좋을 수가 없더군요 잘 어울리시는….^^

    1. 그게 사랑에 대한 예감일지도 모르겠어요.
      강은교 같은 경우에는 겨우내 저민 사랑이 온산천에 피어나는게 진달래라고 했거든요.
      저는 그냥 초록에 대한 예감으로 썼지만요.
      아, 저 진달래보던 날, 말씀하신 내 옆의 그 처자가 곁에 같이 있었어요.
      자기 짐 다 나한테 주고.. 룰룰랄라 거리고 있더라는.

  4. 늘 독특하게 사유하시고
    아이들처럼 잘 뛰어다니시고
    사람들과 부드럽게 어울릴 줄 아시는 동원님
    게다가 소박하고 큰 웃음까지 가지셨으니

    흐흐 아부하고 갑니다.

    1. 시인과 술먹고 싶어라.
      아는 화가분이 있는데 그 분하고 술먹고 그림 얘기하며 밤을 밝히는 날, 그리고 시인과 술먹으며 그 주머니 속의 뜨거운 시를 슬쩍 꺼내보고 싶은 날이 가장 행복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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