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꽃의 얼굴 정도로 생각했다.
잎이나 줄기만으론 이름을 알 수 없는데
꽃이 피면 꽃의 이름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얼굴보고 사람들 이름을 챙기는
우리들의 습성이 한몫한 것 같다.
화분에서 고양이 시금치꽃이 핀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
(어릴 적 습성 때문에 고양이 시금치라고 부르는데
괭이밥이 정확한 이름인 듯 싶다.)
혹시 꽃은 꽃의 입이 아닐까 싶어졌다.
저녁이 햇볕을 거두어가고 나면
꽃도 꽃잎을 접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입을 열고 다무는 느낌이었다.
꽃이 꽃의 잎이라면
햇볕은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한 물쯤 될 것이다.
햇볕이 좋은 날,
고양이 시금치꽃은 입을 크게 벌려
하루 종일 햇볕이란 이름의 물을 들이킨다.
햇볕과의 관계가 우리와는 정반대이다.
우린 햇볕 때문에 갈증을 겪는데
고양이 시금치는 그 햇볕을 물처럼 마신다.
그런데 그럼 뿌리는 뭐지?
식물이나 나무는 입을 하나만 두지 않고
위와 아래로 모두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양이 시금치는 위아래 입이 갈증을 달리 푼다.
아래의 입은 뿌리를 빨대처럼 뻗어 물을 빨아마시고
위의 입은 쏟아지는 빗물마시듯 햇볕을 들이킨다.
6 thoughts on “꽃과 햇볕”
자주 들리겠습니다
저로선 감사하고 고마운 일입니다.
잘보았습니다 글이 좋아서 스크랩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찾아주신 거 감사드려요.
사진만 봐서는 베란다 화분속이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무슨 식물원에 온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고양이 시금치란 닉네임이 아주 잘 어울리는 녀석이군요.
비가 내린 뒤의 우후죽순이 아니라 빛이 내린 뒤의 우후죽순인 듯 싶어요.
볕이 좋으니까 한두 개 피던 꽃이 마구 피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