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덕소의 도심역에서 출발하여 새재고개를 넘었다.
운길산역으로 가야하는데 길을 잘못들어 시우리로 가고 말았다.
전에도 한번 잘못 갔던 길인데
이번에도 다시 엉뚱한 길로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하지만 곧바로 버스가 있어 쉽게 덕소역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새재고개를 넘은 뒤 시우리로 내려가는 동안
산의 북쪽 사면에 눈이 햐얗게 덮여 있었고
계곡에는 얼음이 바닥을 움켜쥐고 놓지 않겠다는 듯
두껍게 얼어있었다.
겨울이 나무들 사이로 몸을 숨기고
계곡으로 납짝 엎드려 완고하게 버티고 있는 느낌이었다.
북쪽과 달리 산의 남쪽은 봄기운이 완연했다.
눈을 보기 어려웠고
지난 가을의 낙엽으로 뒤덮인 갈색의 산이
빈가지 사이로 햇볕을 받아들여 노곤한 느낌이었다.
산의 저편에는 아마 지금쯤 사면을 따라
봄기운이 흐르고 있을 것이다.
산의 이 편과 저 편에 불과하지만
봄은 산 전체을 모두 급습하며 일제히 찾아오지는 않는다.
햇볕을 많이 받는 남쪽의 사면으로 먼저 와서 겨울의 흔적을 치우고
일단 그곳에 봄의 소식을 전한 뒤 힘을 모아 산을 넘는다.
아무리 어김이 없다지만 계절의 변화도
그렇듯 모든 산천으로 일거에 찾아들지는 못한다.
자연도 이렇거늘 사회의 변화는 더욱 더딜 것이다.
아니 사회의 변화는 더 작게 시작되어
야금야금 진행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새재고개를 넘어 시우리로 내려가는 동안
산의 북쪽 계곡에는 겨울이 여전했지만
그 길을 가는 사람치고 오는 봄을 의심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가끔 세상이 변할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의심은 버려도 좋은 듯하다.
산의 북쪽으로 겨울이 여전했지만
산너머엔 봄의 기운이 밀려와 산을 넘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슬슬 봄기운을 몰아 산을 넘어갈 준비를 해야 겠다.
2 thoughts on “산의 북쪽과 봄”
저도 요즘 동네 산 다닐 때마다 북사면과 남사면의 풍경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는데,
수북하던 북사면도 잔설이 조금 남아있는 정도더군요. 야금야금 다가오는 봄기운을
당할 재주도 피할 도리도 없나 봅니다.
저 눈밭의 어딘가에 얼굴을 내민 꽃들이 있을텐데 말예요. 눈녹기 전에 슬슬 꽃찾아 헤매볼까 싶습니다. 봄이 오기 전에 꽃마중 먼저하는 것도 참 좋은데 아직도 날씨가 쌀쌀해서 그런지 자주 밖을 나가게 되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