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는 종종 바다에 배를 깔고 그곳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때면 갈매기는 배가 된다.
제 배에 제 몸을 태운 배이다.
물론 갈매기는 난다.
그때면 갈매기는 분명한 새다.
날면서 호흡하는 바다와 그 곳에서 부서지는 햇볕은
바다에 배를 깔고 흔들릴 때와는 사뭇 다르다.
때로 갈매기는 뻘밭에 다리를 조금 묻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삶의 진득함이 뻘밭의 느낌을 타고
온몸을 휘감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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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모습은 다르지만 모두가 갈매기이다.
갈매기의 삶은 매일매일이 그렇다.
분명한 새이지만 혹은 배가 되고,
또 뭍에서 두 다리로 제 몸을 지탱한채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뭍의 동물처럼 서 있기도 한다.
찾아보면 갈매기의 일상 속에서
그렇게 건질 또다른 모습은 끝도 없을 것이다.
갈매기가 날고 있기만 하여도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남다르다.
사람들은 그 날개 끝에 중력의 속박을 벗어난 자유의 쾌감을 실어서 함께 나른다.
바다에 배를 깔고 흔들릴 때도 마찬가지이다.
물살의 흔들림에 몸을 기댄
갈매기의 여유 앞에서
일주일을 달려온 숨가쁜 일상의 분주함을 함께 털어낸다.
그러나 그것이 갈매기의 일상이다.
일상은 똑같이 반복되는 듯 하면서도
그 안에 수많은 새로움을 내재한다.
알고 보면 일상은 무료하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새로움으로 샘솟고 있는지 모른다.
그 샘을 파는 것은 사람들 각자의 몫이다.
파는 사람들이 경쟁하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옥션의 법칙이라지만
파는 사람들이 열심이면
매일매일 샘솟는 것이 일상의 법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