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셋.
모두 남산으로 오르지만
같은 구석이 하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 길로 오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저 길로 남산에 오른다.
각각 남다른 맛이 있다.
첫째는 찻길.
주로 차들이 다닌다.
차들의 길은
길이 엎드려 등을 내민 길.
차들은 그 등에 엎혀 남산을 오르내린다.
차들의 길은 길 하나를 절반씩 나누어
한쪽 절반은 올라갈 때 쓰고
다른 쪽 절반은 내려올 때 쓴다.
가끔 한가할 때면
오르는 차가 내려오는 길로 슬쩍 넘어가고
또 내려오는 차가 올라오는 길로 슬쩍 넘어간다.
사람들이 다니기도 한다.
사람들은 그 길로 다닐 때면
걸음을 한쪽으로 몰며 산을 오르내린다.
경사는 완만하지만 이리저리 뱀처럼 휘어진다.
둘째는 계단길.
사람들만 다닐 수 있다.
계단길은 각을 접어 차곡차곡 포개놓은 길.
한걸음이나 두 걸음마다 길을 접어 포개면서
남산을 오르고 내린다.
많이 가파르다.
셋째는 공중의 길.
케이블카가 이용한다.
케이블카의 줄은 바로 공중에 걸어놓은 길.
찻길과 계단길은 모두 밟고 오르지만
케이블카의 길은 매달려서 오른다.
남산으로 오르는 길은 세 가지.
하나는 땅에 엎드려 등을 내밀고 있고
또 하나는 수없이 포개지며 각을 잡고 있고
마지막 하나는 공중에 걸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