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에서 키우는 화분의 철쭉이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원래 옛집의 마당에 있던 작은 화단에 심어져 있었던 꽃이다.
하지만 그곳에선 햇볕을 많이 보지 못해
꽃을 피울 기회를 갖지 못했었다.
아파트로 이사한 것이
화단을 떠나는 꽃들에게 불운이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철쭉은 뜻하지 않게 아파트로 이사와서
드디어 꽃의 전성기를 맞게 되었다.
바로 이 꽃이 우리 집 화분의 철쭉이다.
그냥 꽃만으로도 화사하고 예쁘다.
꽃이 화사하니 자주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집안에 꽃이 있다보니 시간이 날 때마다
철쭉을 들여다보며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냥 꽃을 보는데 그치지 않고 꽃과 함께 놀게 된다.
꽃과 함께 놀다 보니 철쭉의 꽃이 모두 똑같질 않다.
모두가 자기 스타일을 자랑하며 몽우리와 꽃을 맺는다.
하나하나 소개해 드리겠다.
자기가 무슨 비행기라도 되는 양
잎을 날개처럼 펼치고는
훨훨 날아 봄과 분홍빛 입맞춤을 나누겠다고 나오는
날자 날자꾸나형 철쭉.
(전생에 시인 이상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설이 있다.)
시대의 어둠이 오면
언제나 촛불을 켜 그 어둠에 맞서겠다는
꿋꿋한 촛불 시위형 철쭉.
오는 봄을 딱 족집게처럼 집어서 네게 주겠노라는
집게형 철쭉.
(살짝만 벌어져 있으면
돼지족발형 철쭉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본능적으로 V자를 그리는
한국 사람들의 영향을 받아
눈길만 주면 자동으로 V자를 해대는
완전 자동 V자 포즈형 철쭉.
뭐든 다리 세 개면 안전하게 세울 수 있다며
삼각형으로 꽃을 벌리는
삼발이형 철쭉.
자기는 지금 화가 단단히 나서
뿔이 세 개나 났다고 하는
분노 폭발형 철쭉.
자신은 예쁜 언니들의 머리에 꽂혀
그 미모를 빛내야 한다는
리본형 철쭉.
귀여운 척 하는데 목숨거는
토끼 머리띠형 철쭉.
한쪽은 머리, 한쪽은 꼬리,
그리고 양쪽의 두쪽은 날개라고 주장하며
자신이 새라고 착각을 하지만
어디가 머리고, 어디가 꼬리인지 잘 분간이 안가는
자아도취형 분홍새 철쭉.
모두가 옆이나 앞을 살필 때
나는 저 높은 곳으로 가보겠다고 나서는
나홀로 위로 고고형 철쭉.
셋이 친했는데
둘이 너무 붙어 다니는 바람에
그만 갈라서고 만
나는 이제 삐졌으니 너네 둘이 잘살아봐라형 철쭉.
자기가 무슨 벌레잡아 먹는
혓바닥 긴 파충류라도 되는 줄 알고
암술을 혓바닥처럼 길게 내미는
카멜레온 혓바닥형 철쭉.
내가 꽃이 필 때쯤이면
날씨가 슬슬 더워지기 때문에
이제 이것만큼 유용한 것이 없을 거라며
꽃을 가지런하게 펴드는
부채형 철쭉.
인생은 다양한 것 아니냐며
우리 모두 각자의 길로 찢어지자는
중구난방 각자 인생형 철쭉.
역시 민주 국가를 원한하면
권력을 3등분하여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삼권 분립형의 정치적 철쭉.
8 thoughts on “철쭉의 스타일 열전”
족발이라..2001아울렛 뒤로 엄청 많더군요..
그중 홍천 족발이 최고란디..
홍천 족발이 아니라 몽땅족발이 제일 인기인디…
조금만 늦게가도 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는.
언제 우리 집에 모여서 한번 시켜 먹읍시다.
돼지족발형 철쭉,토끼 머리띠형 철쭉…ㅋㅋ 어쩌면 그렇게 잘 어울리게 이름을..ㅎㅎ
암튼 읽으면서 보면서 내내 웃었어요
고마워요 동원님…어떤 대상과도 친하게 잘 지내시니…그 철쭉들도
행복했을꺼에요..이제야 우리를 존재이상의 모습으로 분류해주시는 분이 나타나셨구나하면서요
그분이 오셨당! 하면서 꽃들도 좋아했을듯 싶어요…ㅎ
진달래는 많이 보러 다녔는데
철쭉은 보러다닌 적이 별로 없는 듯 싶어요.
올해는 철쭉철이 되면 때맞추어
소백산이라도 가볼까 생각중이예요.
가서 우리 집에도 너네들 친구있어 하면서 말예요. ㅋㅋ
ㅎㅎㅎㅎ 족발형….
최고네요, 족발형….철쭉….
색깔이 참 곱습니다.
언제 천호동에서 족발 먹읍시다.
여기 족발 유명한 집이 많거든요.
4월 중순이면 진달래는 구경할 수 있을 듯하고
철쭉은 6월초나 되야 구경할 수 있을 듯 싶어요.
월말만 되면 집에 묶여 꼼짝을 못하니까
철쭉만 들여다 보게 되는 듯 싶어요. ㅋㅋ
과연 긴 시간을 함꼐 지내면서 놀아주는 친구만이 알아볼 수 있는 철쭉놀이군요.
이쯤 되면 철쭉들도 털보님을 맞분석했을 듯 한데, 뭐라 안 하던가요?^^
화분에 여러 가지 화초들이 있는데 유독 딸기하고 철쭉하고만 친하게 노는 듯 싶어요.
저야, 얼굴이 거의 매일 똑같아서 저, 아저씨 참 자주도 베란다 들락거린다고 할 것 같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