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분수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4월 27일 경기도 남한산성의 산자락에서

지난 가을, 숲에
철거반원처럼 추위가 들이닥쳤다.
추위가 덮친 숲은 삶이 철거된 폐허가 되었다.
풀 하나가 그 폐허의 땅을 뿌리로 부여잡고
겨우내내 그 땅을 떠나지 않았다.
봄이 되자 그 자리에서
삶이 푸른 분수처럼 솟아 올랐다.
아무리 흉포한 힘이 몰려와
삶을 폐허처럼 짓밟고 지나가도
그 폐허를 뿌리로 움켜쥔 질긴 생명력의 풀들이 있는 한
삶의 터전은 또다시 지켜질 것이다.
삶의 터전이 지켜지면
봄마다 삶이 푸른 분수처럼 솟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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