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내게로 와서
손가락을 걸고 평생을 약속하자고 했다.
손가락이 머리 위쪽에서 나오는 아주 독특한 꽃이었으나
아주 예쁜 꽃이기도 했다.
하지만 난 거절했다.
아무래도 종이 달라 함께 하기에는 어려워보였기 때문이다.
예쁜 것에게 튕겨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내게 사랑을 구했으나 거절당하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꽃은
못가질 너라면 아예 잡아 먹어버리겠다며
입을 쫘악 벌렸다.
꽃은 나를 한입에 물었으나 이내 뱉아 버렸다.
으, 퉤퉤.
역시 사랑이 없는 녀석은 맛이 없군.
꽃은 사랑의 맛을 감별하는 섬세한 미각을 갖고 있었다.
다행이었다.
그저 상대를 잡아먹는 것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대책없는 미각의 소유자였다면
꼼짝없이 꽃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을 것이다.
사랑의 맛을 구별하는 섬세한 미각 앞에선
구애의 거절이 불러온 분노 앞에서도
얼마든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사랑을 구하는 꽃은 아무리 화가 나도
사랑의 맛이 아니면 집어 삼키는 법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