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창 앞에서

Photo by Kim Dong Won
2006년 4월 22일 서울 홍대 거리에서

항상 걸음은 너의 창 앞에서 멈추었지.
바로 눈앞에 있었지만
너의 창은 아득하도록 먼 갈 수 없는 세상이었어.
벽들이 창을 호위하듯 감싸고는
내 마음마저 창 앞에서 가로막았지.
난 항상 닫힌 창과 벽 앞에서 서성이다 돌아오곤 했었어.
너의 세상은 언제나 창으로 닫히고 벽으로 막혀 있었지.
어떻게 해야 너의 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여느 날과 다름없이 너의 창 앞을 어슬렁거리던 어느 날,
문득 생각 하나가 머리 속으로 스쳐갔지.
그건 닫혀진 창과 막힌 벽이
네가 지금 내게 내준 유일한 통로란 것이었어.
그 순간 닫혀진 창과 막힌 벽은
걸음이 끝나는 곳이 아니라
사실은 걸음이 시작되는 곳이었지.
나는 붓과 물감을 들고 너의 창 앞에 섰어.
너의 창은 내 눈이 되었고
너의 벽은 너의 방을 지키는 나의 자리가 되었지.
고마워.
닫히고 막혀 있던 세상이
네가 내준 창 하나로 푸르고 높게 열렸어.
게다가 이제는 너의 집 앞에 어슬렁거리고 있기만해도
너의 마음 속에 든 느낌이야.
이 세상에 몸과 걸음을 막는 벽이 있다고 해도
마음은 어디든 갈 수가 있는 거였어.
난 그만 기분이 좋아져서
입이 눈을 찌를 정도로 찢어지고 말았어.

2 thoughts on “너의 창 앞에서

  1. 그림만 보고 이게 뭘까 하다가 벽화 같단 느낌이 들었는데, 모처럼 맞았네요.^^
    그림도 재밌지만, 에어컨 실외기와 동네 지번 표시 스티커가 한데 어울려 재밌는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네요. 홍대 거리답습니다.

    1. 요 근처의 2층에 있는 술집에서 밤새도록 술을 마셨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어요. 술마시다 전화하면 아는 친구들이 신촌쯤 있었죠. 이리로 합류해 하면 금방 둘이 다섯으로 늘어나고.. 그러던 시절이었죠. 이제는 다들 결혼해서 그런 술자리는 아득한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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