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너네 엄마가
보호색에 대해 안가르쳐 주디?
아니면 너,
너네 엄마가 그거 가르쳐줄 때
한귀로 흘려들었지?
무슨 얘기야.
내가 얼마나 엄마 얘기를 귀담아 들었는데.
엄마가 그러셨거든.
이건 니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일이니까
완전히 몸에 새겨 두어야 한다고.
그러면서 항상 어둡고 음습한 곳을 찾아다녀야
내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다고 했지.
하지만 그건 엄마의 삶.
엄마는 아마도 안전한 백색지대가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을 거야.
이곳은 우리의 보호색이 무용지물이 되는 백색지대이지만
사실 이곳보다 더 안전한 곳이 어디에 있겠어.
여기선 위험이라곤 사람들밖에 없는데
사람들은 내게 별 관심이 없지.
그냥 날 피해가려고 해.
어떤 사람도 날 발견하고 입맛을 다시는 경우가 없지.
우리에게 먹이감이 되는 것처럼 위험한 일은 없는데
사람들은 어느 누구도 우리를 먹이감으로 생각질 않지.
엄마의 시대는 보호색을 찾아다니며
몸을 숨겨야 살 수 있는 세상이었지만
지금 안전한 백색지대에서
보호색이 날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시대이지.
조금만 기다려봐.
그러면 세상 어디에나 어둠이 덮이고
그때부터는 어디를 가나
보호색이 따로 필요치 않는 우리의 시간이 되고 말거야.
이 깔끔하고 정결한 하얀 세상마저도 말야.
사람들의 시대만 변하는게 아니야.
우리 나방의 시대도 변하지.
보호색을 찾아다니며
목숨을 보호색에 거는 시대는 지나갔어.
이제는 안전한 백색지대에서
보호색의 세상이 오길 기다리는 시대이지.
2 thoughts on “나방과 보호색”
나는 물체라고 비행기처럼 북북서로 45도 기울여 앉아 있는 폼이 제법인데요.
간덩이가 부은 녀석인지, 아니면 세상을 달관한 건지 일단 당당함이 좋아보이네요.
요즘 부쩍 사물에 말 거는 일이 늘어나신 것 같아요. 저흰 여간해서 안 되는데..^^
iami님과 제가 서로 특징이 있는 듯 싶어요. iami는 뭔가 디자인이나 미적 구성, 생활의 편리쪽으로 잘 살펴주시고.. 저는 그런 눈이 없다보니 온갖 상상력 놀이에 치중하고.. ㅋㅋ 요렇게 다양하게 사람들이 어울려 살면 딱 좋을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