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의 저항

두물머리가 농지를 지키기 위한 뜨거운 몸짓에 나섰다.
8월 6일 월요일, 국토부에선
행정대집행이란 수단을 동원하여 강제철거 절차를 밟을 것을 예고했지만
8월의 더위도 무색하게 만든 수많은 사람들의 저항앞에서
강제 철거는 무산되고 말았다.
국가 폭력 앞에 기도와 함성으로 맞선
평화와 비폭력의 저항이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매일 오후 3시,
두물머리 강변에서 열리던 생명평화미사가
월요일엔 신양수대교의 다리밑으로 장소를 옮겼다.
전국에서 모여든 사제들과 천주교 신자들,
그리고 뜻을 함께 하는 시민들이 구름같이 모였다.
끝이 보이질 않았다.
경찰 추산 5백명, 주최측 추산 2천명,
공정한 합리적 추산으로 1천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주최측에선 뒤쪽에 자리한 경찰도
기꺼이 미사 참석자들로 합류시켜 주었다.
902번째의 생명평화미사였다.
미사의 말미에 모두가 “공사말고 농사짓자”고 함께 외쳤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두물머리를 지키고 있는 네 분의 농민.
한쪽 켠에 앉아 있었지만 사실은 저항의 맨앞에 서 계신 분들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 농민 최요왕씨.
항상 꽁지머리에 빨간 모자를 쓰고 다녔는데
머리를 깎고 모자도 벗었다.
정부가 그에게 결연한 모습으로 맞서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 농민 김병인씨.
김삿갓과 이름이 같다.
종종 김삿갓처럼 삿갓을 쓰고 다닌다.
사람들에게 환한 웃음을 선물로 안겨주곤 하는 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 농민 임인환씨.
딸기 농사를 짓고 있다.
강제철거 나온 공무원에게 딸기를 안겨주며
제철에 먹는 딸기 하나만으로도
이곳에선 농사를 지어야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는 것을
가르쳐준 분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 농민 서규섭씨.
보기만 해도 눈이 부신 예쁜 딸 둘이 있다.
딸들의 이름이 가을이와 하늘이이다.
네 명의 농민이 모두
두물머리에서 계속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그들의 기도에 담았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정부의 행정대집행 소식에
젊은 사람들이 텐트를 갖고 모여들어
두물머리에서 밤을 지샜다.
고맙기 이를데 없는 젊은이들이다.
아는 얼굴이 하나 있었는데 얼굴을 보진 못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팔당호에 뜬 구름도 땅을 지키며 살고 싶다는
농민들의 뜻에 동참해 주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농민들과 함께 두물머리의 유기농지를 지키겠다는
사람들의 열기가 더 뜨거운 하루였다.

4 thoughts on “두물머리의 저항

  1. 네 분의 농부분들 얼굴만 뵈도 뭉클하네요.
    모이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마음 들어요.

    한강까지 녹조현상 있다는 기사를 읽은 터라서 였나봐요.
    어제 하루 강원도에 갔다오면서 푸르른 숲을 보며 아찔한 마음이 드는 거예요.
    강바닥에 쏟은 부은 돈은 그렇다쳐도 이미 파헤쳐지고 망가진 강줄기는 어쩔!
    그런 마음이었거든요.
    푸르른 숲, 멀리서 바라만봐도 아름답다. 싶다가…
    이명박이 손대지 않은 자연이 있긴하다. 5년이어서 다행이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울컥하고 뭉클하고 그러네요.

    1. 한강 사진을 찍어갖고 왔는데 강물이 온통 녹색이예요.
      도대체 강을 어떻게 망가뜨려서 이 모양인지 울화만 치밉니다.
      요즘의 이 더위가 사람들의 치민 울화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2. 신양수대교 다리밑이 천혜의 예배당, 집회장이 되었군요. 오늘 한겨레 기사엔
    1,500여 명이 모였다고 나와 이 삼복염천에 정말 대단한 분들이다 했습니다.
    생생한 소식 잘 봤습니다.

    1. 저도 도착해서 깜짝 놀랐어요.
      미사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의 행렬이 끝이 없었거든요.
      뭉클하더라구요.
      두물머리는 지킬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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