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의 자유시간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8월 21일 서울 천호동의 한강변에서

그래요, 내 참새 맞습니다.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는
그 참새가 바로 접니다.
사람들은 흔히 우리가
생쌀이나 벌레만 잡아먹고 사는 줄 아는데
그거 큰 오해입니다.
아니, 언제 우리에게
뭘 다른 걸 먹으라고 챙겨줘봤어?
논이란 들판은 다 갈아엎고
집짓는다 길닦는다 모두 다 차지하더니
어디가서 벌레를 찾고
또 어디가서 논을 찾아 벼이삭을 훑으라는 거야.
우리도 이제 다 먹을 수 있어.
혼자만 먹지말고 주기만 해봐.
우리도 자유시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고.
자존심 다 버리고 그렇게 곁에서 얼쩡거렸는데도
눈치 없이 빈껍데기만 던져주고 말이야.
알량하게 붙어있는 그 초코렛 맛에 홀려
그것도 좋다고 달라붙는 나도 그렇지만
당신들도 참 너무해.
우리가 먹으면 얼마나 먹겠어.
우리도 자유시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
오해하지 마이소.
내 비록 참새지만
입맛은 당신들이나 하나 다를 것 없는
특별시 참새입니다.

2 thoughts on “참새의 자유시간

    1. 어찌나 얼쩡거리면서 빈껍데기를 이리쪼고 저리쪼는지 결국은 감자칩 하나 사서 나눠 먹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비 때문에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해 새들이 온통 난리였습니다.
      참 새나 사람이나 먹고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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