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풀과 바람

Photo by Kim Dong Won
전남 고흥의 남성리에서

강아지풀은 여리다.
바람이 발끝을 세우고 아무리 조심조심 그 곁으로 다가서도
강아지풀은 바람의 발자국 소리를 놓치는 법이 없다.
강아지풀은 어김없이 바람의 발자국 소리에 눈을 뜨고
가볍게 몸을 흔들어 바람을 반긴다.
난 바람이 강아지풀을 흔들 때마다
무릎에 상대방의 머리를 누이고 잔디밭에 앉아있는 연인을 떠올리곤 했다.
연인들의 자세는 항상 서로를 향하여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간혹 꼿꼿이 몸을 세우고 자기 앞만 바라보는 멀뚱한 연인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연인들의 자세에선 연인들 특유의 달콤한 맛이 없다.
연인들은 서로를 향하여 약간 기울어져 있어야 달콤한 맛이 난다.
강아지풀은 항상 한쪽으로 자세가 기울어져 있다.
난 강아지풀이 바람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연인들은 상대방의 머리칼 깊숙이 손길을 집어넣어 머리를 쓰다듬곤 한다.
그 손길은 사실은 강아지풀을 흔드는 바람같은 것이다.
바람이 그 손길을 무릎에 기댄 강아지풀의 머리 속 깊숙이 집어넣어 천천히 쓰다듬을 때,
강아지풀이 살랑살랑 흔들린다.
잔디밭에, 혹은 해변의 모래밭에, 아니면 고궁의 벤치 위에
간혹 연인들이 상대방의 무릎에 머리를 누이고 머리결을 쓰다듬는다.
그때마다 바람이 일고, 그 바람에 강아지풀이 살랑댄다.

Photo by Kim Dong Won
전남 고흥의 남성리에서

6 thoughts on “강아지풀과 바람

  1. 달콤함이 묻어나기도하고,

    저는
    강아지풀 쭉 뽑아서 친구의 얼굴 살살살 간지러던
    제 어린시절이 떠오릅니다.
    카메라가 고급인지,참 좋은것 같아요.사진이 넘이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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