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위에서, 선 바깥에서

우리는 선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낀다.
그 선의 안에 가족이 있고, 그 선의 안에 직장 동료가 있으며,
그 선의 안에 학교의 선후배가 있다.
그렇게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선 안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날 우리는 선 안이 아니라 선 위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선 위, 다른 말로 일컬어 온라인(online).
선 위에 선 우리들은 선 안에서 바깥을 넘볼 수 있게 되었다.
그것도 시간이나 공간에 대한 아무런 제약없이 선의 바깥을 넘본다.
밤 두 시에도 그 바깥의 집, 아무 곳이나 쳐들어가 문을 두드리고,
초대장도 없이 그 집으로 들어가 집주인의 면면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나온다.
집의 주인도 사람들이 드나드는 것을 개의치 않으며
자신을 세상의 구경거리로 개방한다.
선 위에 설 수만 있으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지 그렇게 바깥을 넘볼 수 있다.
그러다 우리는 가끔 선 위에서 선의 바깥으로 슬그머니 새나간다.
선의 바깥, 다른 말로 일컬어 오프라인(offline).
종종 오프라인은 오프라고 불린다.
온라인이 스위치를 켜놓고 만나는 모임이라면 오프는 스위치를 내리고 만나는 모임이다.
스위치를 켜놓았을 때는 우리는 비록 선 위에 서 있더라도 몸은 선 안에 묶여 있다.
하지만 스위치를 내리면 우리를 가두고 있던 그 선이 갑자기 우리의 등 뒤로 놓인다.
우리는 가끔 그렇게 스위치를 내리고 선의 바깥으로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것은 스위치를 잠시 꺼놓고 만나는 오프 모임이지
플러그를 뽑아버린 언플러그드(unplugged) 모임이 아니다.
언플러그드 모임은 또 다른 선 안을 만들 뿐이다.
오프 모임만이 선 바깥의 만남을 가져다 준다.
어제 나는 선의 바깥에서 선 위에서 기웃거리던 집의 주인이나 그곳에서 안면을 트고 지내던 사람들을 만났다.

Photo by Kim Dong Won

왼쪽부터 partywave, aki, astrong.
그리고 나(eastman)는 이들 세 사람들이 바라보고 있는 자리에
투명하게 서 있다.
사진의 케이크는 생일 축하 케이크이다.
초는 큰 거 두 개, 작은 거 다섯 개만 꽂았다.

Photo by Kim Dong Won

아키.
좀, 너무 하더라.
아키 생일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거리에 태극기 꽂아놓고
호수공원 위에다 그 많은 불꽃을 쏘아올리냐.

Photo by Kim Dong Won

아스트롱.
별의 여인이다.
점성술에 능하다는 얘기.
그녀에게 있어 사람들은 모두 별이다.
그녀가 사람을 보고 그의 인생을 얘기해주면
그건 별의 얘기인 셈이다.

Photo by Kim Dong Won

어떤 걸 고르지.
사격장에서 아스트롱의 사격 솜씨에 기대어
인형을 하나 건졌다.

Photo by Kim Dong Won

파티웨이브.
그는 이렇게 말했다.
“세상엔 하늘의 별만큼이나 사람들이 많다.
별자리가 이 별과 저 별을 엮어 별의 전설을 엮어내듯이
사람들도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엮어낸다.
그러고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별인 셈이며,
그들이 만나 관계를 맺을 때 별자리가 태어나는 셈이다.”
어제 만난 사람들이 탄생시킨 별자리에도 그가 어떤 이름을 붙였을까.

Photo by someone

이스트맨.
술을 많이 마셨는데
술마신 건 티가 하나도 안나는 군.
좋은 이야기는 술독을 금방 지워버리는게 분명하다.

8 thoughts on “선 위에서, 선 바깥에서

  1. 어젠 너무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멋진 생일을 보내게 되었어요.
    태극기나 불꽃놀이 보다 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컨디숑이 좀만 더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해장은 하셨나요?
    전 언니가 끓여준 미역국먹고 짱짱하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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