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살던 집엔
마당에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은행나무의 한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항상 가을이었다.
가을은 은행나무의 잎을 노랗게 물들였다가
바람에 한두잎 떨어뜨려 가며 가을을 시작하고
나중에는 우수수 떨어뜨리며 가을을 재촉했다.
그리고 잎을 다 떨어뜨렸을 때쯤 겨울이 왔다.
그런데 어느 해 느닷없이 들이닥친 겨울이
가을이 채 은행나무의 한해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은행잎을 모두 털어버렸다.
아침에 골목에 나가자
아직 여름 빛깔이 언듯언듯 비치는 은행잎들이
눈처럼 쌓여있었다.
마당 한켠의 다라이에 얼음이 잡힌 날이었다.
은행잎 몇몇은 다라이의 얼음 위에
몸을 눕히고 있었다.
몸을 움추리게 하는 추위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 겨울이었지만
느닷없이 옛집을 찾아올 때면
그 겨울은 마당의 은행잎을 모두 털어내며 찾아와
마당의 다라이에 잡힌 얼음으로 자신이 왔다는 것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