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과 두물머리 가는 길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1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길을 만드는 것은 불도저가 아니다.
오랜 세월이 길을 만든다.
맞은 편으로 차가 보이면
폭은 넓은 곳을 골라
잠시 한쪽이 기다려주어야 했던 좁은 길은
모든 이에게 많이 불편했다.
하지만 세월은 길가의 은행나무를 가꾸어
가을이면 그 길을 노란 터널로 만들어주었다.
그 가을의 노란 터널을 가는 것만으로도
그 길의 불편은 참을만했다.
불도저가 그 길을 밀어버리고
넓게 새로운 길을 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운 길이 나면서
그 길에선 그 길의 세월이 함께 밀려나간다.
세월이 또 새로운 길을 내는데는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린다.
불도저는 밀어서 길을 내지만
세월은 길 위에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서
길을 내기 때문이다.
세월이 쌓인 길을 가려면
오랫동안 기다려야 할 것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11월 16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