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내린다.
푸른 하늘이 그립긴 하지만 비가 그치고 나면 하늘을 올려다 보기 보다 한번 지상의 풀잎 위로 시선을 낮추어 볼 일이다.
마치 누가 조심스럽게 올려놓은 듯, 아니면 공들여 매달아 놓은 듯 물방울들이 보석처럼 그 자리에 영글어 있다.
비가 오고 나면 자연이 모든 사람에게 이 영롱한 보석을 내민다.
부자나 빈자나, 여자나 남자나, 늙었거나 젊었거나 아무도 가리지 않는다.
시선을 낮추고 그것을 들여다볼 여유만 있다면
그 사람이 이 보석의 주인이다.
물방울의 무게가 적당해지면
그 무게가 나뭇잎 끝에서 보석으로 영근다.
나뭇잎의 속을 들여다 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종종 그곳에선 물방울들이 모여 투명한 대화를 나누며 반짝거린다.
대개 그들은 지상으로 가지 않고
몸을 말려 다시 하늘로 날아오를 비상의 꿈을 얘기한다.
가시는 원래 꽃과 열매를 지키는 것이 본분이었으나
오늘은 잠깐 물방울을 지키는 중이다.
이럴 때면 가시가 가장 무서운 것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창을 흔드는 장난꾸러기 바람이다.
물방울을 들여다보면
그 속에 주변의 세상이 다 들어가 있다.
그 세상은 분명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상인데
물방울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맑고 투명해진다.
세상을 모두 담을만한 세상만큼 큰 물방울은 없을까.
혹시 나뭇잎 계곡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물방울들이 노는 비밀의 계곡이죠.
행운이 필요하시다구요.
그렇다면 이 물방울 보석을 만난 경이로움을
네번째 잎사귀로 삼아 보세요.
나는 꼭 미끄럼을 탈테야.
한번 내려가면 영영 다시 올라올 수 없는데도?
그래도 꼭 타보고 싶어.
전설에 의하면 저 지상으로 내려간 물방울은
사실은 이 잎의 줄기 속에 있는 비밀의 수로를 타고 다시 올라온데.
우리 물방울이 여기에 이렇게 있을 때는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지만
지상으로 내려가면 그 수로를 타고 오를 힘을 얻는다는 거야.
내가 분명히 그런 전설을 들었어.
코스모스의 손가락은 여덟 개.
손가락의 크기는 모두 같지만
물방울 보석의 크기로 보아
저 손가락이 새끼 손가락.
딩동 딩동
이건 내가 고이 간직했다가 꼭 줄 사람이 있어요.
누구긴 누구겠어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죠.
딸랑 딸랑, 딸랑 딸랑
개미들도 일만하는 건 아니라구요.
우리도 보석의 아름다움과 그것의 황홀한 매력을 안다구요.
하지만 우린 그냥 구경만 하고 내려가죠.
보석이란 그런 거예요.
그냥 구경하며 눈으로 즐기는 것.
먹는 것 이외의 것을 왜 가져가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보석은 다음 비올 때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거예요.
아기 토마토의 실내악 2중주입니다.
비가 올 때마다 이렇게 영롱한 열매를 잉태하죠. 오늘은 좀더 풍성한 거 같네요.
4 thoughts on “비갠 오후의 물방울 수채화”
사진이 정말 좋네요.
건축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인데요…
위에서 두번째 사진을 디자인 컨셉으로 사용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절대 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냥 학교발표때 프린트 한장해서 이 사진을 컨셉으로 사용했다고 말할려고 하는데..
예, 그렇게 하세요.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
감사합니다.
물방울들이 연주하는 멋진 합주..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아침이 되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