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뭔가요?
일종의 변형된 촛대인가요?
-아니예요.
이건 빛을 담는 바구니예요.
빛을 담는 바구니요?
-네, 빛을 담는 바구니요.
빛을 이 바구니에 담아 놓으면
빛이 바구니 밖으로 마구 새어나오지만
동시에 빛이 여전히 바구니 안에 담겨 있어요.
우리의 보통 세상에선
무엇이든 새면 곧 바닥을 드러내지만
이 바구니에 빛을 담아놓으면
새면서도 언제나 그대로 담겨있어요.
어때요?
신비롭지 않아요?
그렇지만 모든 빛은 저 혼자 세워놓으면
원래 주변으로 흩어지는 법이고
그러면서도 항상 그 자리에 샘처럼 차 있는 것 아닌가요?
-맞은 말이예요.
하지만 우린 마음의 느낌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요.
바구니는 우리 마음에
무엇이 그 속에 담겨있다는 느낌을 주죠.
빛을 저 혼자 세워놓으면
어디에 담겨있다는 느낌이 없어요.
광야에 홀로 버려져 있는 느낌을 줄지도 몰라요.
그치만 이렇게 바구니에 담아놓으면
바구니에 빛이 한가득 담긴 느낌이 들죠.
그럼 무엇인가로 꽉찬 바구니를 가지게 된 우리의 마음은
이 빛으로 가득찬 바구니 덕택에 충만감을 가지게 되요.
굳이 촛대를 만들지 않고 이렇게 바구니를 만든 건
바로 빛을 바구니에 가득 담아
그것으로 마음의 충만감을 함께 가질 수 있게 해주기 위함이죠.
빛을 담는 바구니,
어때요? 괜찮지 않아요?
4 thoughts on “빛을 담는 바구니”
빛 광주리, 멋진데요. 철이나 동제품 같아 보이는 저런 광주리나 조명 공예품을
뒤집어 놓은 건 본 적이 있는데, 생김새 그대로 담아 놓은 건 처음 보네요.
인사동 아원공방은 비싸 보이지만 멋진 것들이 많이 전시돼 있어 근처를 거닐 때면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값을 묻곤 하는 곳이죠.
보통 인사동이 사진 찍으면 뭐라고 하는데 이 집은 아무 말도 안하더라구요.
그래서 갈 때마다 영감이 솟는 작품이 있으면 찍어오곤 합니다.
빈 공간이라도 빛은 꽉차 있네요…
비워도 차 있고 차 있어도 비어 있는 마음이라는 그릇처럼 닮고 싶네요.
간단한거 같아도 잘만든 메무새네요.
이 집이 굉장히 예술성이 있는 집인 듯 싶어요.
갈 때마다 찍고 싶은 작품이 꼭 있더라구요.
인사동 나가면 빼놓질 않고 들리는 집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