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지하철에선
표를 기계에게 사야 한다.
사람에게 표를 살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역무원에게 얘기를 하면
역무원도 기계에서 표를 뽑아줄 뿐이다.
역무원도 표를 갖고 있질 않다.
기계에서 표를 사려면 하나의 어긋남이 없이
정해진 순서를 기계적으로 지켜야 한다.
그 순서를 틀리면
돈을 갖고 있어도
표는 커녕 국물도 없다.
서울의 지하철에선
우리 모두 기계 앞에서 표를 사야한다.
기계적으로.
그리하여 우리는 잊어간다.
경비를 줄여주고,
적응하면 오히려 사람보다 편하다는 이유로
점점 기계의 세상을 만들어가면서
알고 보면 우리들이 인간을 내려놓고
기계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혹 반대로 우리는 기계 앞에서 표를 뽑다가
역무원이 유리 너머에 앉아있던
창구의 시절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랬었다.
역이름을 말하고 돈을 들이밀면 역무원이 표를 내주었고
우리는 무심하게 표를 받고 그 순간을 지나쳤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는 우리는
퍼뜩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의 그 짧은 순간이
인간과 인간이 마주하는
따뜻한 인간적 대면의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4 thoughts on “표사는 사람들”
처음 기계 앞에서 표를 사게 될 때 무얼 눌러야 할지 당황했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됴쿄나 타이뻬이에선 기계의 언어가 외국어라서 더더욱 주눅이 들면서
완전히 혼자 바보가 된 느낌을 주었죠. 요즘은 아예 신용카드를 갖다 대니까
웬만한 경우 아니고선 기계 앞에 서서 긴장할 일도 줄어들었지만요.
기계 앞에 이렇게 사람이 모두 서 있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지나가다 말고 한장 잽싸게 찍었어요.
창구 앞에 줄서던 옛날 기억도 떠오르고 그랬습니다.
인간의 비용이 덜 들어가는 것 같아도 결국 전체 인간들에겐 마이너스죠.
기계가 일자리를 빼았아 갔으니까요.
인간은 비효율적이 결코 나쁜게 아니지만.
이는 자본의 탐욕적 속성일듯…..
술취하니까 저도 표를 못뽑겠더라구요.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이 일자리가 불안한 사회란 걸 왜 몰랐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