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 서자
바다가 파도를 밀고 와
발밑에 하얀 물거품을 잔뜩 깔아주었다.
바다는 오늘
거품의 방울방울 하나하나에
모두 나를 품었다.
바다는 톡톡톡톡 안고 있던
나를 터뜨린다.
터뜨리고 나면
또다시 파도를 일으키고
그 파도의 끝에서
끊임없이 물거품을 모래밭에 깔아놓으며
수많은 나를 품고 내 앞으로 서있다.
마치 이 넓은 바다에
얼마나 많은 너를 품고 있는지
보여주겠다는 듯이.
바다에 오면 언제나 마냥 좋곤 했었다.
오늘보니 그게 그냥 좋은 것이 아니다.
수많은 나를 품고 일렁이고 있는 바다였다.
아마 사랑할 때 우리가 이러하리라.
밥을 먹는 그대,
웃는 그대,
가만히 자고 있을 때의 그대 등등
수없는 그대를 품고 일렁이고 있을 것이다.
간만에 바다에 오자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냥 좋았다.
4 thoughts on “바닷가의 물거품”
정말 신기합니다.
가장자리에 있는 거품들 속엔 조금씩 형태는 달라도 어김없이 서 계신데요.
약간 비켜서면 보이질 않고 각도를 잘 맞추면 무수히 나타나고 그러더라구요.
아침 일찍 첫차로 내려간 덕에 얻은 사진 같아요.
역시 부지런을 떨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포말…전 이 단어가 참 마음에 들어요….
바다가 토해 내는 거품이 이렇게 표현되네요….
포말이란 말이 어감도 상당히 괜찮은 듯 싶습니다.
바닷가에 있는 동안 계속 거품이란 말이 눈앞의 풍경하고 짝을 맞추더라구요.
그래서 현장의 느낌 그대로 물거품을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