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오리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월 21일 경기도 하남의 팔당대교 위에서

잔잔할 때면 물은 동작이 아주 느리다.
조용히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잔잔한 물 위로 오리가 헤엄을 치면
물은 언제나 오리가 가고 난 뒤끝에서야
불현듯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는 급하게 눈을 부비며
물결을 갈라 길을 내고
오리의 뒤를 따른다.
딱히 이유는 없다.
잠에서 깬 눈앞에
무엇이 휙 지나가자
저도 모르게 그 뒤를 따를 뿐이다.
그러나 수면이 잔잔한 날,
잠을 이기지 못하는 물은
내준 길을 금방 지워 물로 덮어버리고는
또 다시 스르르 잠에 든다.
잔잔한 날,
물의 곤한 잠을
오리가 잠깐씩 깨우며 강을 돌아다닌다.

6 thoughts on “물과 오리

  1. 바람과 함께 잠을 깨고 바람과 함께 잠이 드는 호면.
    그러나, 잠든 호면을 깨우는 것은 ‘바람’만이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오리의 유영으로도,
    아니, 어쩌면
    잎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하나로도 깨울 수 있음을 알겠습니다.
    그런 소망을 가지고 오늘도 글을 씁니다.
    누군가의 가슴에 잔잔한 설렘을 주고,
    머뭇대는 누군가에게 작은 길을 손짓해 주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1. 말씀대로 정말 그렇겠어요.
      개구장이들이 돌멩이라도 던지는 날이면 움찔하면서 깨어나 강변을 노려보다가 에이, 애들한테 뭐라 그래서 뭘하나 상처에 침처럼 물을 바르고 또 자자 그럴 것 같아요. ^^

  2. 어, 우리 동네 오셨는데 왜 연락 안 하셨지,
    오늘 자로 된 사진을 어떻게 벌써 올리셨지, 했는데
    다시 보니 작년 이맘때였네요.^^ 설 전에 한 번 뵈야죠.

    1. 저녁 때 해질녁에 팔당대교 건너가며 사진찍는게 꽤 괜찮은 것 같아요.
      다리를 건넌 뒤엔 강변의 나무들 많은 곳에서 나무들 만나고
      그 다음엔 언젠가 iami님 맥주를 사주셨던 것으로 기억되는 맥주집이 있는
      그 방향의 천을 따라 걷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게 되는 것 같아요.
      걸으면서도 정확히 어딘지는 모르겠더군요.
      토요일이나 일요일 저녁 때 카메라메고 근처를 어슬렁거리게 되면 전화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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