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굳게 다문 시간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1월 12일 서울에서 충남 태안가는 버스 속에서

시간이 1분을 지날 때만 해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시간이 2분을 지날 때도 마찬가지였다.
2분을 지난 시간은 3분으로 건너갔다.
시간이 3분을 지나는 동안에도
나는 전혀 낌새를 채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4분이 되는 순간,
나는 알아차리고 말았다.
그동안의 시간이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는 것을.
그때서야 시간의 빠진 이빨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빨이 빠진 시간은 때문에
발음이 새는 빠진 이빨이 훤히 다 보이도록 히죽 쪼개면서
4분이 아니라 ㅓ분이라고 버벅거리며
내게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영구처럼 빠진 이빨을 내보이며
띠디디디띠디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빨 빠진 시간의 영구짓은
5분에도, 6분에도 계속되었다.
그러나 7분이 되자 다시 시간은 입을 굳게 다물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정색을 했다.
그 정색은 7분의 단 1분간에 그쳤다.
8분, 9분, 그리고 다음 10분대로 넘어갈 때까지
입을 헤 벌리고 빠진 이빨을 내보이며 히죽 쪼개는
시간의 영구짓은 다시 또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알게 되었다.
시간은 대개 입을 굳게 다물고 지낸다는 것을.
하지만 가끔 이빨 빠진 시간이
입을 벌리고 히죽 웃을 때가 있으며
그때면 시간이 영구처럼 웃기면서 우리 앞을 지나간다.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1월 12일 서울에서 충남 태안가는 버스 속에서

6 thoughts on “입을 굳게 다문 시간

  1. 근데, 얘들 왜 이러는 걸까요?^^
    불편한 진실까진 아니고 불편한 시계쯤 될 것 같은데,
    안 봤으면 몰라도 보게 되면 계속 신경 쓰이면서 은근히 불편해지더라구요.

  2. 안녕하세요.
    시간이라는 것 ,세월이라는 것이 허무하고 허망하게 느껴지고,
    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결국엔 다 인간이 만든 속임수에 불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시간도 정의도,법이라는 것도,
    인권,애국,민주,복지등등,,,

    1. 요즘 우리나라는 더더욱 그런 것 같아요.
      헌재 소장으로 후보 추천이 된 자가 감옥갈 정도로 법을 어기고는 뻔뻔하게 얼굴들고 후보 청문회 장에 나오니 말예요.
      방문 감사드려요.

  3. 기판하나 표시되지 않는 것에서도 상념이 줄줄이 알사탕처럼 엮여 지내요…
    아무래도 시인의 감성 민감지수는 월등하네요.
    그러고보면…이게 선천적인 지수인지 후천적 개발된 지수인지 궁금해요.
    아무리 해도 이게 어렵던데 말이죠.^^.

    이빨이 하나 빠져서 발음이 실실 세어 버리는 시간이였네요…
    그것도 안깐 힘을 쓰면서 말이죠.

    1. 선천적인 분들은 정말 뛰어나죠. 오규원 시인께서 언젠가 제 고향에 내려가서 한동안 머무신 적이 있는데 그때 제게 익숙했던 풍경들을 시속에 담아내는 것을 보고 시인은 정말 놀랍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더라구요. 저는 시인은 아니구요, 시를 읽어주는 사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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