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용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2월 4일 서울 천호동에서

사람들은 모두 나를
눈이란 이름으로 부르지만
사실 나는 흰용이야.
사람들은 용하면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는
상상의 동물을 생각하지.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용과 달리
나는 온몸을 잘게 분해하여
눈이란 이름으로 이 세상으로 낮게 내려오지.
그리고는 골목에서 몸을 말아
다시 용의 형상을 되찾곤 하지.
그리고 골목의 냄새를 맡으며
그 자리에 오래 머물다
햇볕이 좋은 날
스르르 녹아 땅으로 스며들고 말지.
사람들의 용은 하늘로 높이 날아오르려 하지만
나는 지상으로 낮게 내려와
결국은 땅속으로 길을 가지.

2 thoughts on “흰용

  1. 이게 龍飛御天歌와 함께 짝으로 지어졌다가
    그 동안 유실되어 학자들의 추측이 난무했다는 龍落御地歌군요.^^

    1. 눈많이 오던 날 골목에서 여러 마리를 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의 포스팅은 해동 육룡이 골목마다 누우사 일마다 지복이시니.. 로 다시 써야 할 것 같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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