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네가 처음에 남긴 것은
분명 “사랑해” 였겠지.
하지만 ㄹ의 윗부분이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래로 내려 앉으면서
너의 사랑이
사망해가고 있었다.
하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사랑이 사망하는 것이
모든 사랑의 운명인지도 모른다.
너야 아무 뜻없이
그저 사랑 하나만 담아보겠다며
눈밭에 너의 사랑을 새겼겠지만
우연찮게도 너가 새겨놓은 사랑은
세상의 모든 사랑이 처하게 될
운명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랑과 그 사랑의 사망이
따로 있지 않고 한 자리였다.
4 thoughts on “사랑과 사망 사이”
ㄹ자와 ㅁ자 그리고 ㅇ자가 한끝 차이인듯 싶은데
사랑-사망, 사랑-사람 등으로 가까우면서도 서로 다른 뜻으로 변하는 게 신기한데요.
그러고 보니 그 세 글자가 비슷하네요.
눈이 왔을 때 어슬렁어슬렁 걷다 보면 건지는게 많은 것 같아요.
사망할큼 사랑이 그리운 시대죠.
설…명절 즐거운 시간 되세요.
즐거운 설 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