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기를 돌리는데
그녀가 뭐라고 뭐라고 말을 건넸다.
그녀의 말은 내 귀밑까지 무사히 오기는 했지만
결국은 말을 전하지 못하고
모두 청소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청소기를 끄고 먼지 주머니를 꺼내 살살 털어내면
그녀의 말이 캑캑 거리면서
먼지와 함께 고스란히 다시 들릴려나.
그녀가 물을 틀어놓고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내가 뭐라고 뭐라고 말을 건넸다.
내 말은 그녀의 귀밑까지 무사히 가기는 했지만
결국은 말을 한마디도 전하질 못하고
모두 물에 휩쓸려 수채 구멍 속으로
쓸려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설겆이를 끝내고 수채 구멍 속을 들여다보면
그래도 안간힘을 쓰며 물줄기를 버틴 몇마디 말이
하수도 냄새에 코를 막고는 슬그머니 올라오려나.
2 thoughts on “청소기와 설거지”
청소기 먼지 주머니와 수채 구멍까지 빛들게 하시네요.^^
그게 그리 된 연유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ㅎㅎ
매일, 야, 안들려 그랬는데..
그날 따라 말이 발밑으로 깔리면서
청소기 속으로 빨려들어가는게 보였지 뭐예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