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부채진

Photo by Cho Key Oak
2012년 1월 22일 우리 집에서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학익진(鶴翼陣)을 펼쳐
왜군을 섬멸시켰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머니도 명절 때면
학익진 못지 않은 부채진을 펼치신다.
학익진이 학의 날개 모양이라면
어머니의 부채진은 말 그대로 부채 모양이다.
어머니는 신문지를 둥그렇게 펼쳐 부채진을 만드시고는
기름 방울의 느닷없는 급습을
성공적으로 막아내며 전을 부치신다.
항상 승리의 전리품은 고소한 전이다.
폐지를 버린 다음 날이라 걱정이 앞설 때면
어머니는 결연하게 말씀하신다.
“걱정하지 마라.
아직 내게 열두 장의 신문지가 남아있지 않느냐.”
어머니의 부채진 앞에서 기름 방울들은
결국은 모두가 포박되어
신문지에 둘둘말려 버려지는 운명을 피해가지 못한다.

4 thoughts on “어머니의 부채진

  1. 처음엔 먹을 수 있는 부채전이란 걸 부치시는 줄 알았습니다.^^
    가지런히 진을 펼치신 모양새만으로도 상당한 내공을 갖고 계신 주방고수시라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털보님의 기습 공격쯤은 너끈히 이겨내실 것 같은데요.^^

    1. 요즘은 기름 튀지 않게 후라이팬 위에 덮을 수 있는 망 같은 것이 나오긴 하더군요. 신무기의 도입 시대라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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