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의 혓바닥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3월 18일 우리 집 베란다에서
철쭉

꽃마다 피는 계절이 다르다.
하지만 집안의 화분에서 키우는 꽃들은
제철 계절을 맛볼 수가 없다.
철쭉은 원래 초여름에 핀다.
어느 해 철쭉이 좋기로 소문난
소백산을 찾아갔을 때도
계절은 초여름이었다.
산의 어귀에서 철쭉의 무리를 많이 만났었다.
3월 중순이면 이제 겨울은 거의 다 지나간 느낌이지만
아직 바깥엔 쌀쌀한 겨울 기운이 남아있다.
그래도 베란다의 화분에선 벌써 철쭉이 핀다.
활짝핀 꽃을 들여다 보고 있노라면
철쭉이 내민 암술이 마치 혓바닥같다.
철쭉은 암술을 혓바닥처럼 내밀고
계절을 맛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철 계절이 아니니 분명 맛이 이상할 것이다.
이상하다 초여름 맛이 왜 이렇지 하며
머리를 갸우뚱 거릴 것만 같다.
이 철쭉은 한때 단독 주택에 살 때
마당의 화단에서 자라던 것이라
여름의 맛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름 봄맛이 궁금했었을지도 모르겠다.
음, 여름맛은 톡쏘는 맛이 있는데
봄맛은 약간 부드러운 구석은 있군.
그런데 오늘따라 봄맛이 너무 차갑군.
주방장이 봄맛에 얼음을 풀었나.
이런 식으로 하루하루 봄맛을 맛보며 지나가는 것일까.
베란다의 화분으로 옮겨온 뒤로
우리 집 철쭉은
해마다 봄맛만 맛보며 계절을 넘기고 있다.

2 thoughts on “철쭉의 혓바닥

  1. 볕 잘 들고 따사로운 털보님댁 베란다에서 철쭉이 참 일찍도 피어났네요.
    저런 혓바닥끝엔 혀끝으로 살짝 입맞춤을 해 주어야 할 것 같아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