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과 자전거

Photo by Kim Dong Won
2013년 4월 6일 서울 둔촌동의 둔촌아파트에서

목련은 만개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또 목련은 벌써 지고 있었다.
떨어진 꽃잎이
목련나무 아래쪽의 풀밭에
하얗게 깔렸다.
목련나무 아래선
삶이 죽음을 보내면서
봄이 시작된다.
꽃으로 만개한 삶이
모두 질 때쯤
봄은 아주 완연해진다.
봄은 꽃을 내세워
생명을 잉태했지만
꽃은 곧바로 졌다.
꽃이 질 때쯤
계절은 그 죽음을
완연한 봄으로 맞바꾸어 주었다.
풀밭의 한켠엔 자전거가 서 있다.
삶이 죽음을 보내며
완연한 봄을 건네 받을 때
아이들의 자전거는
마치 알람이라도 울린 듯
겨울잠에서 깨어난다.
죽음처럼 오랫 동안 잠을 잤던 자전거는
아웅하고 기지개를 켠 뒤에
목련 꽃잎을 주단처럼 밟고 풀밭을 나가
아이들을 싣고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그럼 정말 봄이 온 것이다.
매년 그렇게 봄이 온다.

6 thoughts on “목련과 자전거

  1. 다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반도에는 눈이 왔나 보네요. 그래서인지 남쪽에 있는 저도 서늘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는 보질 못했는데 한겨울에도 반팔을 입을 정도인 곳인데 지난주에는 우박도 내렸다고 하네요. 날씨도 사람들 비딱선을 닮아가나 봅니다.

    1. 강원도 강릉 쪽은 엄청 왔나 봅니다.
      봄눈은 사실 그렇게 춥지는 않더라구요.
      손끝은 시린데 견딜만한 것이 봄날씨라는.
      계절처럼 세상도 막을 수 없이 흘러가야 하는데 말예요.

  2. 풀밭 위의 목련 꽃잎들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네요.
    저는 이렇게 잔디나 풀밭과 함게 어우러진 나무나 꽃들이 보기 좋습니다.
    자전거 한 대까지 마침 거기 그 자리에 서 있는 게 꼭 영화의 한 장면 같습니다.
    오늘 새벽 주방 창으로 멀리 보이는 예봉산 정상부엔 눈이 살짝 온 것 같더군요.

    1. 강원도 쪽에는 엄청 온 모양이네요.
      일찍 나섰으면 뜻하지 않게 눈을 뒤집어쓴 봄꽃들을 찍을 수 있었을 텐데 이미 늦은 것 같습니다.
      여기 둔촌 아파트는 오래돼서 그런지 정말 사진찍을만한 꽃과 풍경이 많더라구요.
      오늘도 동네나 한바퀴 돌아야 겠네요.

  3. 떠나고 난 빈자리에 피었다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 진다던 노래가 생각나네요.

    목련 보면 조금은 아리더라구요.
    이상하죠.겨울보다 봄이 더 슬픈건 왜 일까요.ㅎㅎㅎ거참…
    사진글 항상 감상하고 있습니다….특히 글에서 도움 많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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