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의 꽃잎은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나무 밑의 그림자 가지로 자리를 옮긴 것 뿐이었다.
그러자 이제 더 이상 나뭇가지의 한 자리에서
몇 개씩 일정하게 짝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그림자 가지에선
아무 곳으로나 우르르 몰려가 자리를 잡고
마치 성운처럼 떠 있을 수 있었다.
꽃잎은 그렇게 떨어져선
그림자 가지를 따라 다시 피었다.
물론 낭패는 있었다.
아침에 내려앉은 그림자 가지가
저녁 때는 슬그머니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면 갑자기 꽃은 자리를 잃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새로운 그림자 가지가 찾아오기도 했다.
그림자가 지워지는 흐린 날도 낭패였다.
그래도 살아날 길은 있었다.
자리를 찾지 못한 꽃잎은
허방의 땅을 하늘삼아 별처럼 반짝였다.
떨어진 꽃은 진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다시 한번 더 피어났다.
—
개나리도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가지를 버린 개나리는
이제 물 위에 노랗게 피어있었다.
개나리의 두 번째 꽃이었다.
꽃은 떨어져서 지는 것이 아니라
때로 전혀 새로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더 피어난다.
2 thoughts on “꽃, 두 번 피다”
두 번이 아니라, 이렇게 모니터에서 한 번 더 해서 세 번 피는 것 같아요.^^
개나리는 수면에선 바람개비 놀이를 즐기는군요.
떨어진 꽃이 종종 또다른 아름다움을 주더라구요.
이제 꽃이 지는 시기라 꽃이 떨어뜨린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주으러 다녀야 겠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