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한 처자가
어느 나무 하나를 올려다보며
옆의 친구에게 말한다.
“이거 아카시아 아니니?”
대답을 머뭇거리는 친구 대신
내가 답해 주었다.
“귀룽나무예요.”
“예? 귀룩나무요?”
이게 나는 귀룽이라고 하는데
상대에게는 귀룩으로 들릴 수가 있구나.
“룩이 아니고 룽룽룽.
기역이 아니고 이응 받침.”
이게 발음하기 되게 어려운 나무구나.
아카시아보다 훨씬 일찍 핀다.
4월말에서 5월초에
아카시아 비슷한 꽃이 핀 나무가 있다면
거의 100퍼센트 귀룽나무이다.
아카시아는 꽃이 귀룽나무보다는 늦다.
사실 자세히 보면 꽃이 아카시아와는 딴판이다.
다만 멀리서 보았을 때 비슷할 뿐이다.
가끔 나무의 꽃은 피는 시기로 구분이 된다.
나무의 꽃은 시도 때도 없이 마구 오지는 않는다.
늦고 빠르고는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순서는 지킨다.
귀룽나무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아카시아이다.
요즘은 귀룽나무 철이다.
사실 나도 이 나무 이름을 몰랐다.
이 나무를 처음 본 것은 성남의 어느 마을에서 였다.
한적한 마을 한켠에 있는 밭을 지나는데 그 밭의 가장자리에 서 있었다.
여기저기로 조팝나무 찍으러 다니던 시절이었다.
바람이 흔들 때마다 나무가 머리칼을 쓸어올리기라도 하듯
하얀 꽃이 가지의 흔들림을 따라 이리저리 쏠리는 장면이 볼만했다.
아카시아는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 이름을 알 수도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올림픽공원에 들렀는데 그날따라 그곳에서
명찰을 달고 같은 꽃을 피우고 있는 귀룽나무를 만났다.
그래서 이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나무 이름이 어려워 곧잘 이름을 까먹었다.
까먹을 때마다 올림픽공원을 가야 했다.
이름을 까먹어 이 나무 이름 확인하러 올림픽공원에 간 것이
세 번은 되는 듯하다.
이렇게 풀어놓다 보니
나무 이름 하나를 익히면서 그에 얽힌 얘기에도 참 사연이 많다.
나무와 꽃들은 대개 내게서
이름도 모르는데 내 시선을 가져가며 인연을 맺었으며
이름은 나중에야 내게 왔다.
요즘은 그래도 귀룽나무는 보면 알아볼 정도가 되었다.
나는 보는만큼 알게 되었지
아는 만큼 보고 다니진 않았다.
난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에는 절대 반대다.
몰라도 보고 다니다 보면 알게 되더라.
6 thoughts on “귀룽나무”
아, 이게 귀룽나무로군요.
저 사는 동네 뒷산에 이 나무가 많은데
이름이 늘 궁금했어요… 감사 ㅎ
잘 지내시나요.
주대 시인은 요즘 페북의 동정을 보아선 잘 지내는 것 같더군요.
전 이 나무를 제일 많이 본 것은 남한산성이었어요.
이름이 어려워서 올해는 외우려고 아예 블로그에 길게 이야기를 올렸어요. ㅋㅋ
요즘 피어나는 조팝나무와 아직 꽃이 안 핀 아카시아의 중간쯤 되는 나무로
기억하면 되겠군요. 나무를 포함해 식물에 문외한인 저같은 경우는 꽃과 함께
나무 전신을 이미지로 기억하면서 이름을 외우려 해도 자주 까먹게 되더군요.
이 나무는 독특한 이름 때문에라도 얼마간 기억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나무나 꽃은 직접 보면서 이름을 익혀야지 사진으로는 어려운 것 같아요. 저도 따로 공부하지는 않고 일단 보고 사진을 찍어온 다음에 이름을 찾아보는 편인데 그 수밖에 없더라구요. 어떤 나무는 꽃보다 나무 자체가 매력적인 경우도 많더군요.
아카시아 나무는 향기가 아주 진하거든요…
그러고 보니 아카시아꿀 한스푼 땡기네요.ㅎㅎㅎㅎ
사실 귀룽나무가 흔치는 않지요. 아카시아는 어릴 때 많이 접했던 나무라 더 친근합니다. 향기는 말할 것도 없지요.